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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70] 노트르담 괴수 옆에 선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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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네그르(Charles Nègre·1820~ 1880)가 찍은 동료 사진가 앙리 르섹의 모습이다. 19세기 중반 사진이 상용화된 이래 네그르와 르섹은 여러 인화 기법을 시도하며 함께 파리의 역사적 건축물을 사진으로 남겼다.

네그르가 찍은 사진 속에서 르섹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높은 발코니에 서서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사색에 빠진 괴수 키메라와 함께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기괴한 중세 괴수들의 선명한 윤곽과 그 아래 펼쳐진 세련된 근대 도시 파리의 대조적이고도 조화로운 풍경이 바로 이 사진의 매력이다.

조선일보

샤를 네그르, 키메라와 앙리 르섹, 1853년, 염화은지 프린트, 32.5×23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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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 사진 속 키메라는 중세가 아니라 19세기 산물이다. 1844년에 시작한 대대적 재건축 사업의 하나로 발코니 곳곳에 조성된 괴수상 56기 중 하나인 것. 파리의 노트르담은 12세기에 건축이 시작된 이래 수백 년 동안 온갖 풍파에 시달려 낡고 쇠락했고, 18세기에는 대혁명을 겪으며 군중 손에 그나마 남아있던 조각들마저 산산이 파괴된 채 방치되어 있었다. 1831년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가 인기를 얻고 나서야 대성당을 수리하여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화재에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첨탑도 바로 19세기에 새로 세운 것이었다. 원래 첨탑이 있기는 했으나 붕괴 위험이 있어 이미 18세기 말에 철거됐다.

노트르담을 ‘원형 그대로’ 복구하자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몇 백 년에 걸쳐 건축과 파괴와 재건이 쉴 새 없이 이어지며 변화해 온 건물에 ‘원형’이 있을 리 없다. 복원이 신축보다 어려운 이유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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