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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오름세 탄 시장, 기름 부은 미국…국제유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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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유예’ 종결 발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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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산 원유·브렌트유

6개월 만에 ‘최고치’ 찍어

당분간 변동성 확대 불가피

미, 사우디 등에 증산 요청

산유국들 움직임에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유예조치를 끝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유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유가가 오름세인 상황에서 나온 조치여서 시장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의 목적은 이란의 주요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어 돈줄을 죄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내놓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 증산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당분간 국제 원유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공식발표 전날인 21일 오전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 종가보다 2.27% 오른 65.45달러에 거래됐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날보다 2.46% 오른 73.74달러에 거래됐다. 모두 지난해 10월31일 이후 6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2월 저점을 찍은 이후 상승 추세에 있다.

이란은 미국이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탈퇴 선언에 이어 11월 제재를 복원하면서 원유 수출이 제약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조치가 이란의 원유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의 하루 원유 수출량은 기관마다 130만배럴에서 190만배럴까지 다양한 추산치를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기준으로 이란산 원유의 하루 평균 수입량은 중국 61만3000배럴, 한국 38만7000배럴, 인도 25만8000배럴, 일본 10만8000배럴, 터키 9만7000배럴이었다고 전했다.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일관되게 반대한다”면서 “중국과 이란의 협력은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합리적, 합법적인 것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지난해 말 유가가 급락하자 1월부터 6월까지 각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을 줄인 상태다. 게다가 미국의 제재를 받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감소, 리비아 내전 본격화 등 원유 공급량을 제약하는 요인은 더 있다. 지난달엔 나이지리아에서 송유관이 폭발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 금수에 따른 부족분을 상쇄하기 위해 사우디와 UAE 등에 증산을 요청한 것은 이 같은 점을 우려 했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가 악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예상보다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당장 이란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이날 전 세계 원유의 해상 수송량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해협은 사우디, 쿠웨이트, UAE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의 원유 수출 통로다. 미국이 지난해 11월 이란의 원유 금수 조치를 발표했을 때도 이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나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예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날 석유부 관계자가 미국의 제재 조치를 비난하며 “우리가 스스로 석유 수출을 중단하기로 하지 않는 한 수출량이 제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재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유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긴 하지만 원유의 3분의 1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미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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