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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종교 간 뿌리 깊은 갈등, 정치는 되레 분열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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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테러로 본 동남아시아 ‘소수 종교’ 탄압

290여명 사망…24명 체포, 급진 이슬람조직 배후 지목

정치권, 세 결집에 종교 이용…인도·미얀마 등 유사 상황



경향신문

스리랑카 연쇄 폭탄 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22일(현지시간) 서부 네곰보 성세바스찬 성당에 놓인 희생자의 관 앞에서 슬퍼하고 있다. 네곰보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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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서 발생한 부활절 연쇄 폭발 테러의 배후로 현지 급진 이슬람조직인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가 지목된 가운데 최근 인도·미얀마·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소수 종교에 대한 공격이 심화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 라지타 세나라트네는 22일 “NJT가 공격의 배후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에 의해서만 자행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NTJ는 불상 등 훼손 사건으로 지난해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스리랑카의 무슬림 과격 단체다. 전날 전국 8곳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로 최소 290명이 사망하고 500여명이 다쳤다. 경찰은 스리랑카인 용의자 24명을 체포했다. 스리랑카 대통령실은 23일부터 국가비상사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불교국가인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종교·종족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인구 2100만명 중 70%를 차지하는 불교도 싱할라족과 11%인 소수 힌두교도 타밀족의 내전이 대표적이다. 독립 이후 싱할라족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불교 민족주의 성향이 짙어지기 시작했고, 타밀족은 분리투쟁에 나섰다. 두 종족은 1983년부터 2009년까지 26년간 내전을 벌였다.

불교도와 힌두교도, 이슬람교도는 서로 반목하면서도 인구의 7%에 불과한 기독교에 공통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독교를 영국 식민주의의 잔재로 보는 탓이다. 불교도들은 지난 14일 북부 아누라다푸라의 감리교회를 공격, 기독교 신자들을 인질로 삼기도 했지만 이처럼 대규모 테러는 처음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소수 종교에 대한 탄압은 심화되고 있다. 총선이 진행 중인 인도에서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노골적으로 무슬림을 비난하며 인구의 80%에 달하는 힌두교도를 상대로 ‘표몰이’에 나섰다. 기독교 구호단체인 컴패션은 인도 정부의 규제강화에 2017년 인도에서 철수했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무슬림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온건 이슬람이 뿌리내려온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에도 정치인들이 보수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강경 이슬람주의에 호소하고 있다. 2016년 파키스탄의 북동부 펀자브주 라호르에서는 부활절 휴일을 즐기던 기독교 신자들을 겨냥한 폭탄테러가 발생해 70여명이 사망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시아 지역 정치인들이 민족·종파적 정체성에 호소하고 세속주의가 쇠퇴하면서 소수 종교도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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