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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경총 "작업중지·산재 범위 빠져… 사업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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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산업계 핵심 요구사항 반영되지 않았다"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반도체 공장은 공정의 특성상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야 한다. 가동을 1시간만 멈춰도 수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며칠씩 가동이 중지되면 손실액은 천문학적 숫자로 불어난다. 규모는 다르지만 다른 업종도 공장 가동이 멈추면 손실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중지 명령을 받은 주요 7개 기업의 평균 작업중지 기간은 21일이었다. 피해 금액은 600억~1200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기업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전부개정안’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구체적인 기준을 넣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고용부가 22일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산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경총은 “이번에 마련된 하위법령 개정안은 노사단체 및 전문가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긴 했으나, 산업계의 핵심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아 법률시행에 따른 사업주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 고용부 감독관 자의적 판단으로 작업중지 명령 가능

고용부가 입법예고한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은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의 범위와 명령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넣지 않았다. 고용부 감독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작업중지 명령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를 4일 이내 개최하도록 규정했다.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더라도 4일을 더 기다리라는 것은 한시가 급한 기업들의 사정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툭하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고, 가동을 재개하려면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도급인이 책임져야 할 도급인 사업장 밖의 범위도 22개 산재발생 위험장소만 하위법령에 규정했을 뿐 도급인이 지정·제공한 경우 지배·관리하는 범위는 정하지 않아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 합동점검, 특별교육실시 등 산업재해예방 조치를 준수하기 어려운 일시·간헐적으로 출입하는 관계수급인에 대한 예외조항도 마련되지 않았다.

원청 사업주에게 사업장 안팎의 산재 대부분을 책임지게 하는 조항에 대한 논란도 있다. 특히 도급인이 책임져야 할 ‘사업장 밖’의 범위도 22개 산재발생 위험장소만 하위법령에 규정했을 뿐 도급인이 어느 범위까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모호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총은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담지 못한 작업중지 및 관계수급인 기준에 대해서는 향후 정부가 별도로 행정지침을 마련해 업계의 우려를 해소해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R&D용 화학물질 비공개 요건 까다로워 기업활동 지장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쓰는 화학물질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요건이 까다롭다는 비판도 거세다. 산안법 시행령 개정안은 ‘농도 1% 이상의 황산·불산·질산·염산 취급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을 사내 도급에 승인이 필요한 작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준은 화학물질관리법과 비교해 과도하며,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제도가 적용제외 되는 R&D용 화학물질의 수량기준도 극히 낮아 기업의 R&D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화학물질관리법은 황산 10%, 질산 10%, 염화수소 10%, 불산 1% 이상인 경우만 도급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반도체업계의 경우 R&D 용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400여종)의 약 60%가 개별용기 10kg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고용부는 입법 예고 기간 중에도 노·사 의견을 수렴·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계의 요구가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는 의문이 나온다.

경총 관계자는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해 산업계 의견을 정부에 제출하는 등 입법추진과정에서 산업현장의 애로사항이 해소될 수 있도록 경영계 입장을 적극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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