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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만든 공수처, 의원은 기소 못한다…'반쪽짜리'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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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판·검사 및 고위직 경찰만 기소권 대상 합의

文대통령 구상에서 후퇴…의원들 '셀프 혜택' 비판도

뉴시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2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회동 결과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9.04.22. jc4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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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형섭 한주홍 기자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국회의원 자신들은 기소권 대상에서 제외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제도 개혁안과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는 방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

그간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논의의 최대 쟁점은 공수처 기소권 부여 여부였다. 민주당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바른미래당은 기소권 부여를 반대해 패스트트랙 지정 논의 자체가 정체돼 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공수처에 부분 기소권을 주는 조정안을 받아들이며 이날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여야 4당 합의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갖지만 기소권은 판사, 검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사건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 중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등 다양한 주체들이 엮인 '게이트'급 권력형 비리 사건이 있다고 해도 검찰과 법원, 경찰 연루자에 대해서만 소(訴)를 제기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당초 공수처의 수사·기소 범위를 장차관, 판·검사, 국회의원, 청와대 고위직 등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행위로 제시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국회의 이번 합의안을 두고 '누더기' 공수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회가 만든 공수처 설치법에서 국회의원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을 놓고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는 지난 2015년 공직사회에 만연된 부정청탁의 관행을 뿌리뽑는다는 취지에서 김영란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법안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사익 추구와도 연관이 있는 '이해충돌 방지' 부분을 삭제하고 통과시켜 김영란법을 반쪽짜리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샀다.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근절을 목표로 한 공수처 설치법에서도 기소권 대상에서 자신들은 쏙 빠지면서 이번에도 '셀프 혜택'을 부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을 만든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은 대통령 친인척이나 국회의원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할 경우 공수처가 법원에 재정신청할 권한을 줬기 때문에 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합의안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부분 기소권에 합의한 이유에 대해 "일단 공수처를 설치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명시적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100% 다 주지는 못해도 공수처가 사실상 기소권을 갖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7000여명의 공수처 수사 대상 가운데 기소권 행사 대상인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이 5100여명에 달하는 데다 나머지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은 재정신청권을 준 만큼 충분한 보완 대책이 마련돼 있다는 게 홍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은 수사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어서 검찰의 기소권을 배제하고 공수처에 준 것"이라며 "누구에게 특혜를 주느냐의 문제나 국회의원 봐주기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통화에서 "공수처가 국회의원을 수사했는데 검찰이 기소를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여론이 가만히 있겠냐"며 "만에 하나 기소를 하지 않으면 다시 공수처에서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공수처 설치의 첫 발을 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기소권에만 집착하다가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지 않냐는 반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통령 친인척과 정부 고위직까지는 그렇다쳐도 공수처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스스로 기소 대상에서 빠져나간 이유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키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치 권력 앞에서 눈치보기에 바빴던 검찰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래 20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은 내심 공수처를 피하고 싶어했던 국회의원들의 속내 때문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재정신청권의 경우도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있는 경우 고소·고발인이라면 누구나 행사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마치 공수처의 부분적 기소권에 대한 보완책인 것 마냥 포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개혁을 소명으로 삼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공수처 설치 자체는 환영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합의안은 그동안 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했고 문 대통령 및 민주당이 공약했고 헌정 사상 최초로 법무부가 성안해 제시했던 공수처의 권한과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각 부처 장·차관, 군 장성, 국정원 고위간부, 국회의원 등의 범죄에 대해 공수처가 우선적 기소권을 보유하지 못하고 검찰의 기소권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그렇다"며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더욱 확실히 분할하고, 공수처가 더욱 강력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ephites@newsis.com, h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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