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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도, 권세도 없어"… 대통령 자녀의 '굴곡진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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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자녀는 좋은 일 많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달라 / 김홍일 전 의원, DJ 혐의 허위자백 않으려고 자살 시도까지 / 이승만 양자 이강석, 4·19 혁명 당시 극단적 선택으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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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홍일 전 의원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아들이면 좋은 일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오랜 고통을 받으신 분이다.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

지난 20일 타계한 김대중(DJ) 전 대통령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의 빈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자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에둘러 표현했다.

◆"부친 혐의 허위자백 않으려고 자살 시도까지"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DJ가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할 당시 동지였다.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한 1980년 DJ가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되자 김 전 의원도 공안당국에 끌려가 가혹한 고문을 당했다.

당시 고문으로 김 전 의원은 목을 크게 다치고 파킨슨병까지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자서전에서 “고문 와중에 그 아이(김 전 의원)는 아버지(DJ)의 혐의를 허위로 자백하지 않기 위해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DJ의 차남, 막내이자 김 전 의원의 동생들인 김홍업 전 의원,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DJ정부 시절 각종 비리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렸고 검찰에 구속되는 아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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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그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 세계일보 자료사진


DJ와 더불어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쌍벽’에 해당하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도 YS의 민주화운동을 곁에서 도우며 많은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YS가 대통령이 된 뒤 ‘소통령’으로 불리며 권세를 누리는 듯했으나 1997년 한보 비리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세 아들 전재국, 전재용, 전재만씨의 경우 부친이 12·12 및 5·18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되고 이후 사면을 받은 뒤에도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서 나란히 수사기관과 국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경우다.

차남 전재용씨는 여러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고 조세포탈 혐의로 확정된 벌금을 내지 않아 교도소 내 강제노역에 처해지기도 했다. 장남 전재국씨와 막내 전재만씨도 부친의 미납 추징금 관련 재산 환수 등으로 기업 경영 등 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4·19 당시 이승만 양자 이강석, '극단적 선택'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EG그룹 회장은 한때 히로뽕 투약 혐의로 구속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다가 요즘은 기업인으로 재기에 완전히 성공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장녀이자 박 회장의 누나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을 당한 데 이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항소심까지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녀가 없어 1957년 당시 국회의장이던 이기붕 전 부통령의 아들 이강석씨를 양자로 들였다. 이씨가 육사를 졸업하고 육군대위로 복무하던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났다. 이씨는 권총을 들고 이 전 부통령 집으로 찾아가 총으로 이 전 부통령 부부를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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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 세계일보 자료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녀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녀도 부친이 연루된 형사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한때 힘든 시기를 겪었다.

물론 역대 대통령 자녀들이 전부 고통의 세월을 보낸 건 아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는 1991년 국회의장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1994년 12월에는 부친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지역에서 여당의 지구당 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부친이 12·12 및 5·18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된 뒤 출마를 포기했고,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미국변호사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한편 천주교 신자인 김 전 의원의 장례미사는 23일 오전 6시 함세웅 신부의 집전으로 봉헌될 예정이다. 이후 오전 7시 발인이 이뤄지며 장지는 광주 5.18 국립묘지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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