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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바나나 잎으로 싸가세요" 베트남, 플라스틱 쓰레기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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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비닐봉지 NO 운동]

- 대형마트 등 친환경 포장재 도입

자연상태서 6개월~1년이면 분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비닐도 써

조선일보

호찌민=이미지 특파원


지난 18일, 베트남 호찌민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 직원이 바나나잎으로 포장한 아스파라거스, 오이, 쪽파 등의 야채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전에는 비닐봉지에 담아 팔던 것들인데, 환경 보호를 위해 포장 재료를 바꾼 것이다. 채소들은 넓은 바나나잎으로 둘둘 말린 채 넝쿨 같은 끈으로 묶여 있었다. 매대 위쪽에는 '바나나 잎, 나도, 너도 행동하자'는 문구가 매달려 있었다.

지난 1일 베트남에 있는 14개 롯데마트 매장에서 시작한 친환경 포장 실험이다. 응우옌 티 투 짱 베트남 롯데마트 팀장은 "환경 보호에 동참하고자 하는 채소 공급 업체들과 함께 바나나잎 포장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현재 23개 품목인데 점차 수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나나잎으로 포장된 야채를 둘러보던 손님 짠 꽝 번(22)씨는 "어릴 때 시골에서 구하기 쉬운 바나나 잎으로 채소나 음식을 포장했던 기억이 있다"며 "비닐봉지를 많이 쓰는 베트남에서 바나나잎으로 물건을 포장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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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잎으로 묶은 채소 - 지난 18일 베트남 호찌민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 매장 직원이 바나나나무 잎으로 묶은 오크라(아열대 채소)와 오이 등을 진열대에 정리하고 있다. /호찌민=이미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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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폐기물로 골머리를 앓는 베트남에서 대형 마트들의 '친환경 포장'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처음 시작한 이 움직임은 빅씨(Big-C), 쿱마트, 이온, 안남 등 현지의 다른 대형 마트들로 번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5년 베트남 안에코백이 개발한 친환경 비닐봉지도 사용한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이 비닐봉지는 자연 상태에서 6개월~1년이면 분해된다. 현지 매체인 베트남뉴스는 "업체 수십 곳이 환경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폐기물 줄이기에 손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세계 4위의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국가인 베트남

대형 마트뿐 아니라 소규모 채소 가게들도 바나나잎 포장에 동참하고 있다. 하노이에 있는 야채가게인 박톰베지숍을 운영하는 짠 민 덕씨는 "바나나잎으로 포장하려면 종업원들이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지만 친환경적이고 깔끔하다는 점 때문에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했다.

현지 언론 베트남플러스는 "베트남에서 '비닐봉지는 노(No)라고 말하자'는 움직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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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하루 평균 2500t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한다. 이 중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간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베트남은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어 세계에서 넷째로 많은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국가이다. 베트남 해양군도관리연구소는 "베트남은 연간 28만~73만t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데, 이는 전 세계 해양 쓰레기의 6%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중에서도 비닐봉지 사용량이 많다. 베트남 대형 마트나 음식점, 카페 등에서는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 각 가정은 하루 평균 4개의 비닐봉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국가 전체적으로 매년 30억 개 이상의 비닐봉지를 폐기하고 있다. 하지만 비닐봉지를 재사용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고민이 깊은 베트남에서는 환경세 부과와 함께 관련 세금을 더 올리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베트남 언론인 베트남넷에 따르면, 작년 6월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열린 '비닐봉지에 의한 환경오염 통제 세미나'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거나 환경보호세를 인상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올해 1월 1일부터 비닐봉지 1㎏당 5만동(약 2450원)의 환경세가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세가 너무 적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베트남플러스는 "베트남 상공회의소가 중량이 아닌 비닐봉지 개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해달라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비닐봉지·야생 풀빨대 등 다양한 친환경 노력 시도 중

비닐봉지뿐만이 아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철이나 대나무 재질의 빨대, 사탕수수로 만든 상자, 종이로 감싼 계란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메콩델타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 풀을 이용해 만든 빨대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빨대는 바나나잎으로 포장돼 베트남의 레스토랑 등에 공급된다. 재사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이다. 베트남넷은 "베트남은 비닐봉지로 인한 오염 문제에 직면했다"며 "지금이라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호찌민=이미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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