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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노트르담보다 레미제라블 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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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휠체어를 탄 남성(가운데)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반정부 시위인 ‘노란 조끼’에 참여해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파리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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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 ‘노란 조끼’ 시위대

노트르담 성당 화재 복구에

거액 기부한 재벌들도 비판

“세액공제 혜택 챙기는 꼼수”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를 비판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대가 20일(현지시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복구에 거액 기부를 약속한 재벌들까지 비판하고 나섰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대기업과 재벌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으며 세액공제 혜택을 챙기고 이미지 제고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파리 시민 조제 프레엘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일어난 일은 끔찍하지만 사람이 돌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금 수령자 앙토니오 코스트는 “시위를 같이할 생각은 없지만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화가 났는지는 안다. 프랑스에는 부조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화재 복구에 거액을 기부한 재벌들에 대한 비난은 프랑스 각계각층에서 제기돼 왔다. 극좌정당 프랑스앵수미즈의 마농 아브리 의원은 “기부자 명단을 보고 조세회피처 기업 명단을 보는 줄 알았다. 세금부터 내라”고 말했다.

철학자 겸 소설가 올리비에 푸리올은 트위터에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와 <레미제라블>을 쓴 대문호 빅토르 위고를 언급하면서 “위고는 대성당 복구를 위해 기업인들이 기부금을 내놓은 것에 감사해하면서 ‘레미제라블’을 위해서도 똑같은 일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썼다. 레미제라블은 ‘가난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구치·생로랑 등 패션브랜드를 거느린 케링그룹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와 관련해 1억유로(약 1280억원),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은 2억유로를 기부하기로 했다. 화장품 기업 로레알과 최대주주인 베탕쿠르 가문도 각각 1억유로 기부를 약속했다.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인상 주장도 나와 빈축을 샀다. 케링그룹을 소유한 피노 가문의 고문인 장 자크 아야공 전 문화부 장관은 현행 60%인 기부금 세액공제 비율을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복구 기부금에 대해선 9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기부금 세액공제율이 높다는 비난이 거센 상황에서 그의 발언이 논쟁을 격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날까지 23주째 계속된 노란 조끼 시위는 프랑스 전역에서 약 2만7900명이 참여했다. 파리에서는 약 9000명이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해산 이후 귀갓길에 오토바이와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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