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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안인득 계기로 본 치료감호소… 수용자 절반은 '조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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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득, 범행 전 2년 9개월간 조현병 치료 '사각지대' 놓인 듯 / 지난해 10월 기준 치료감호소 수용자 과반수가 조현병 앓아 / 840명 위한 시설에 1050여명 수용… '인구과밀' 해소 등 시급

세계일보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42·사진)이 과거 5년간 68차례 조현병(옛 정신분열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안인득이 과거 1개월간 머물며 정밀진단을 받은 충남 공주 치료감호소는 수용자의 절반 이상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의 폭행 등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이들을 수용하고 진료할 치료감호소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인득, 범행 전 2년 9개월간 조현병 치료 사각지대"

경남 진주경찰서는 이날 안인득이 2011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진주시내 한 정신병원에서 68차례에 걸쳐 조현병으로 치료받은 기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2016년 7월 이후로 안인득은 해당 병원을 다니지 않았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은 기록도 없다. 한마디로 최근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2년 9개월 동안 조현병 치료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안인득은 지난 2010년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해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치료감호소에서 1개월간 정밀진단을 진행한 결과 ‘편집형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고 이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안인득을 상대로 여러 차례 면담해보니 10년 전쯤 김해 한 공장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산재 처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가중돼 결국 범행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경찰 추정이다.

세계일보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안인득(42)이 지난 19일 오후 경찰관들에 이끌려 병원으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치료감호소 수용자, 조현병>정신지체>정신성적장애

안인득이 정밀 정신감정을 받은 치료감호소는 법무부 산하기관으로 한때 ‘국립법무병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면 일단 이곳으로 보내져 정밀 정신감정을 받는다.

법원은 피고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알코올중독, 또는 마약 등 약물중독 증세가 있는 경우 징역 대신 ‘치료감호’를 선고하곤 한다. 치료감호 선고를 받은 이들은 일정 기간 치료감호소에 수용돼 정신질환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감호소가 종종 ‘정신병원인 동시에 교도소’라고 불리는 이유다.

세계일보가 최근 법무부에서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31일 기준으로 1052명이던 치료감호소 수용자의 병명을 분석한 결과 조현병이 529명으로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2위는 정신지체로 84명(8.0%), 3위는 노출증 등 정신성적장애로 80명(7.6%)이었다. △조울증 71명(6.7%) △망상장애 71명(6.7%) △알코올중독 69명(6.6%) △마약 등 약물중독 55명(5.2%) △인격장애 23명(2.2%) △뇌전증(옛 간질) 10명(1.0%) 순서였다. 60명(5.8%)는 ‘기타’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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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감호소 수용자 줄고는 있으나… '인구과밀' 여전

치료감호소는 국내에 충남 공주 한 곳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치료감호소 수용자는 총 105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현병 같은 심신장애가 916명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성적장애가 84명, 약물중독이 5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1051명이란 숫자는 요 몇 년 동안 수용자가 조금씩 줄어든 결과다. 2015년 1158명으로 ‘정점’을 찍은 치료감호소 수용자 수는 2016년 1118명, 2017년 1101명 등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다만 치료감호소 시설 여건에 비춰보면 ‘과밀’ 상태인 것은 여전하다. 치료감호소의 적정 수용 인원은 약 840명인데 정원보다 200여명이나 더 수용하고 있다. 정원 대비 실제 수용자 비율이 125%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선 치료감호소 시설 및 근무자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치료감호소 측은 “피치료감호자들에게 처분별로 약물치료, 정신치료, 단약·단주교육, 인지행동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실시함으로써 정신질환자의 효과적인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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