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이민자 일시 구금한 미국 민간인 무장대원 FBI에 체포돼

미국으로 이민하길 원하는 온두라스인들이 20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마파스테펙에서 온두라스 국기를 앞세우고 고 이동하고 있다. 마파스테펙|AP연합뉴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지역에서 미국 민간인 무장대원 1명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무장 민병대 조직이 불법 이민을 막겠다며 중남미에서 온 이민자들을 구금하는 일이 발생하자 미국 당국이 나선 것이다. 멕시코 국경 경비에 투입된 미군이 무장한 멕시코 군인들과 조우한 사건도 발생했다.

FBI가 뉴멕시코주 선랜드파크에서 총기와 탄약을 소지한 혐의로 래리 홉킨스(69)를 체포해 구치소에 수감했다고 A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홉킨스는 자신을 ‘입헌애국자연합’이라는 민병대의 사령관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선랜드파크에서 572km 가량 떨어진 뉴멕시코주 북부 플로라 비스타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헥터 발데라스 뉴멕시코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홉킨스는 어린이와 가족 주변에서 무기를 소지해선 안 되는 위험한 중죄인”이라면서 “FBI가 그를 체포한 것은 법치가 무장 자경단원들이 아니라 훈련된 법집행관들의 손에 맡겨져야 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멕시코를 통해서 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겠다면서 무장한 민간인들이 나서고 있는 데 대한 우려와 경고를 보낸 것이다.

최근 뉴멕시코주에서 무장한 민간인들이 이민자 가족을 억류하는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된 바 있다. 해당 영상을 보면 홉킨스가 속해 있는 ‘입헌애국자연합’ 무장 대원들은 적게는 7명, 많게는 어린이가 포함된 수백명의 이민자들을 붙잡아 국경경비대가 도착할 때까지 맨땅 위에 앉아 있을 것을 명령했다. 미국 연방 당국은 이런 영상이 나돌자 이들에게 국경 치안 유지 활동에 참견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반면 입헌애국자연합 측은 자신들이 국경경비대를 돕고 있고, 자위권 차원에서 합법적으로 무장했으며 이민자들에게 총을 겨누지는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민간인이 직접 법 집행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민간인의 지원활동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CBP는 성명에서 “국경경비 당국은 지역사회의 지원을 환영하며 불법 행위를 목격하거나 의심이 될 경우 911이나 국경경비대에 신고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멕시코 정부도 미국의 무장 민병대가 이민자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멕시코 외교부는 “이런 유형의 활동은 이민자들이나 미국에 난민신청을 하려는 사람들의 인권을 억압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미국 영토 내에서 멕시코 국경 지역을 순찰하던 미군 2명이 멕시코 군인들과 조우해 잠시 무장해제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CNN이 보도했다. 미군 2명이 지난 13일 텍사스주 클린트 지역에서 국경경비대를 지원하기 위해 차를 타고 순찰 활동을 하던 중 무장한 멕시코군 6~7명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소총 등으로 무장한 멕시코군은 미군들에게 휴대하고 있던 권총을 해제해 차량에 넣어두라고 지시했고 미군은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정에 따라 그들의 지시를 따랐다고 미군 측은 밝혔다.

이들이 마주친 지역은 국경 장벽 남쪽이긴 했지만 명백히 미국 영토였다고 미군 측은 설명했다. 다만 해당 지역이 수풀이 우겨져 있고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 역할을 하는 리오 그란데 강이 메말라 어느 쪽 영토인지 헷갈리기 쉬운 지역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 3000여명이 멕시코 국경 지역에 파견돼 국경경비대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멕시코 국경 지역 파견 병력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 최신 뉴스 ▶ 두고 두고 읽는 뉴스 ▶ 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