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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반려견 놀이터가 혐오시설?…“뛰어놀 공간 필요” vs “사람 쉴 공간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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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반려견 놀이터 설립 두고 주민 반발…“인식 변화 필요”

세계일보

최근 사람이 개에 물리는 등 반려견으로 인한 사고가 이어지면서 반려견을 경계하는 ‘도그 포비아’(개 공포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돌봄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와 갈등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사고 위험을 낮추는 ‘반려견 놀이터’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번번이 좌초되고 있다. 반려견 놀이터를 두고 ‘반려견 관련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될 것’이란 주장과 ‘사람을 위한 편의시설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반려견 놀이터’, 갈등 해결에 도움 돼”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내 반려견 놀이터는 총 4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3곳(어린이대공원·월드컵공원·보라매공원)과 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도봉구가 운영 중인 1곳이 있다.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이 목줄을 착용하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일반 공원의 경우 반려견이 목줄을 착용해야 하지만, 반려견 놀이터는 외부와 공간을 분리해 목줄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반려견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사회성을 기를 수 있고, 반려견 놀이터 인근의 공원 등지에서는 반려견을 마주칠 일이 줄어 사고 위험도 낮아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흡연구역을 조성한 뒤 간접흡연이 줄어든 것처럼, 반려견 놀이터가 생기면 반려견으로 인한 소음, 안전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반려견 놀이터 ‘혐오시설’로 인식…“반려견에 따른 소음, 안전 우려”

서울시는 지난달 발표한 ‘동물 공존도시 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25개 자치구에 반려견 놀이터를 1개씩 총 25곳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야심찬 계획에도 일부 자치구는 부지 선정과 주민 반발 등의 문제에 직면해 반려견 놀이터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서울시 직영이 아닌 자치구가 운영하는 반려견 놀이터는 도봉구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려견 놀이터를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부지 선정부터 쉽지 않다”며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한 뒤에도 주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지체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올해 초 반려견 놀이터 설립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태다. 당초 월계동 영축산 근린공원에 반려견을 위한 놀이터와 배변 시설, 음수대 등을 설치할 예정이었는데, 주민들은 소음과 안전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진정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결국 노원구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도 2017년 반포근린공원에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했다가 개장 5일 전에 철수했다. 반포근린공원은 주거지와 거리가 멀고 안전 문제에 대비할 수 있는 소방서도 가까웠는데, 주민들이 반려견 놀이터가 생긴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최근에는 개 물림 사고가 잇따르면서 일반 근린공원에 나온 반려견을 두고 ‘개를 왜 데리고 나오냐’며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오모(34)씨는 “지난 주말 여의도 벚꽃축제에 갔다가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을 여럿 봤다”며 “사람이 많아 혼잡한데 반려견까지 있으니 더 위험스러웠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서울 도심에는 일반 근린공원이나 휴게시설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반려견만을 위한 놀이터는 많은 사람에게 정서상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려견 돌봄가구 늘어나는 데 따른 인식 변화 필요”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에도 이용객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돌봄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반려동물 기반 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서울시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대공원·월드컵공원·보라매공원의 반려견 놀이터 이용객 수는 2016년 하루 평균 384명에서 2018년 559명으로 45% 가량 증가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직장인 강모(29·여)씨는 “일반 근린공원에 반려견을 데리고 나가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려견 놀이터가 있으면 반려견과 사람 모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반려견 놀이터가 반려견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반려견 놀이터는 기본적으로 반려견을 위한 시설이긴 하지만, 반려견을 둘러싼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반려견 돌봄 가구가 늘어나는 데 따른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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