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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장애는 가진 채 살아가는 것...극복하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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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기념 행사 장애 '극복' 시상 논란

장애 '극복' 대상, 또 다른 억압

이데일리

2017 장애인의 날 기념식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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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 장애인 대상이요? 마치 장한 어머니, 아버지상 같네요. 장애를 꼭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게 많은데, 그저 가진 채 살아가는 거지 극복의 대상이 아니죠. 극복을 한 장애인은 장한, 극복 못한 장애인은 낙오 되는 거죠. 참 뭐라 할까. 웃퍼요.”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장한 장애인대상’을 수상한다는 말을 듣고 휠체어 장애인 당사자 이형숙 노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파안대소했다. 오는 4월 20일은 제39회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기념일이다. 이에 곳곳에서 ‘장애인의 날’을 기념한 행사를 진행하며 장애 ‘극복’을 장려하는 시상식 등이 개최된다.

장애 극복하면 '장한 장애인'?

일례로 제주도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장한장애인대상 등 시상 조례’에 의해 ‘장한 장애인 대상’을 시행하고 있다. ‘장한 장애인 대상’의 정의는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극복해 자활기반을 마련했거나, 다른 장애인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등 사회의 귀감이 되는 장애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상식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들은 장애를 ‘극복’해 재활에 성공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을 공고히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장애인활동가는 '장한 장애인' 대상의 명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활동가는 "일단 '장한 장애인'이라는 명칭 자체에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시선이 포함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석봉 제주도 장애인복지과장은 “명칭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서도 "장애인 대상은 도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단체 측에서 요청으로 인해 처음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 과장은 “비장애인과 경쟁했을 때는 사실상 장애인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적어 이러한 시상 행사를 통해 장애인의 자신감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애인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장한 장애인 대상' 추천 대상 요건 (이미지=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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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극복'하는 것 아냐...

하지만 장애인인권활동가 이한주(가명. 50) 씨는 “장한 장애인 대상이라는 게 전형적인 장애극복을 고취하는 매커니즘의 일종”이라며 “개인적으로 노력해서 성취하면 칭찬을 해주고 그런 칭찬이 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압박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그는 “최소한의 인권 보장이 확보된 상황에서 장애 극복을 고취하면 문제가 안 되는데 취업 혹은 사회생활 등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도 마련해 놓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 극복에만 방점을 두는 것은 개인에게만 더욱 더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활동가 박성호(가명. 42) 씨는 “장한 장애인 등 장애 극복에 시상을 하는 것은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라는 장애인에게는 상당히 억압적인 말로 다가올 수 있다”며 단호히 말했다. 이어 그는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희생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제공하는 장한 어머니 대상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며 "장한 장애인 대상도 사실상 어떤 개인적인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장애 '극복'상이 아닌, '공적 기여'상 확대돼야

장애인 인권을 위해 20여 년간 관련 단체에서 힘써온 김희정(가명. 54) 씨는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를 극복했다고 주는 상이 아닌 장애인 인권을 위한 공적인 기여를 한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한 상은 바람직하다"며 "장애인 개인에게 극복의 상을 주는 것이 아닌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해 다 함께 힘쓰자는 의미의 시상식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 과장은 “제주도 장한 장애인 대상 행사 주체는 장애인 단체 총연합회이고 장애인 단체 관련 기관에서 공모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장한 장애인 대상에 대해 큰 문제 제기가 들어온 적은 없다”며 “만일 장한 장애인이라는 단어나 조례에 문제 제기가 들어온다면 개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주도 차원에서는 이러한 장애인의 자신감을 고취할 수 있는 혹은 장애인이 더 살기 좋은 제주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사를 더 확대해 많은 장애인을 격려할 계획”이라며 말을 마쳤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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