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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트럼프, 뮬러특검 임명때 "오 마이 갓, 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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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정치 드라마 같은 뮬러 특검 수사 보고서

18일(현지 시각) 공개된 로버트 뮬러 특검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결과 보고서는 448쪽에 이르는 한 편의 정치 드라마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뮬러 특검을 해임하려 했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집요하게 관련자들을 회유하고 압박했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이날 "특검은 러시아와의 공모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고서의 결론은 그럴지 몰라도 전체 내용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뮬러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어도 (면책특권 때문에) 기소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조사관들은 (수사했던) 그 증거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죄를 입증한다고 믿지는 않는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조선일보

뮬러 특검 보고서 편집본이 공개된 1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분위기와 활자체를 차용한 이 게시물에 트럼프는 자기 뒷모습과 ‘게임 끝(Game Over)’이라는 문구를 넣어 뮬러 특검 보고서가 결백을 완전히 증명해 줬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왼쪽 상단에는 “(러시아와) 공모도, 사법 방해도 없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과격 좌파 민주당원들에게”라는 말이 적혀 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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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내 대통령직은 끝났다"

특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5월 17일 제프 세션스 당시 법무장관으로부터 뮬러 특검이 임명됐다는 보고를 받고 트럼프는 절망했다.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뒤 "오 마이 갓, 끔찍하다. 이걸로 내 대통령직도 끝났다. X 됐다(I am f****d)"며 낙담했다. 그는 세션스 전 장관에게 "이는 내게 일어났던 일 중 역대 최악"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나를 섬에 홀로 내버려놨다"

세션스 전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점을 들어 뮬러 특검을 임명하기 직전 스스로 수사 지휘권을 포기(셀프 제척)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 소식을 들은 트럼프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미친 것처럼 화를 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세션스에게 "존 F 케네디나 버락 오바마가 법무장관에게 누구를 수사하라고 지시를 안 했을 것 같아?"라며 "너무 끔찍한 상황이다. 다 당신이 수사에서 손을 떼서 이렇게 된 거다. 당신은 나를 섬에 혼자 내버려놨어"라고 화를 냈다. 그는 이후 여러 차례 세션스에게 셀프 제척을 번복하라고 요구했다. 세션스는 끝까지 버티다가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트윗'으로 경질됐다.

"종말의 시작인가"

트럼프가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7년 5월 초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경질하려 하자 도널드 맥갠 백악관 법률고문과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를 극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5월 9일 결국 코미를 해임하자 맥갠 고문의 비서실장인 애니 도널드슨은 자신의 노트에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 종말의 시작인가'라고 적었다.

"훌륭한 변호사는 메모 안 해"

뮬러 특검의 수사망이 좁혀져 오면서 트럼프는 기록을 남기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8년 1월 트럼프가 뮬러 특검 해임 시도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을 당시 대책회의에서 트럼프는 맥갠고문이 뭔가를 필기하자 "왜 메모를 하느냐. 나는 메모하는 변호사를 고용한 적 없다"고 질책했다. 이에 맥갠이 "진짜 변호사이기 때문에 메모한다"고 하자, 트럼프는 "훌륭한 변호사는 메모를 안 한다"고 다시 말했다.

"기억이 안 난다" 37번 언급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뮬러 특검은 1년 넘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추진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부했다. 대신 러시아 내통 의혹 관련 일부 주제에 대한 서면답변서를 제출했다. 사법 방해 혐의와 관련된 사안이나 정권 교체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선 답변 자체를 거부했다. WP는 트럼프는 뮬러 특검의 서면 질의서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총 37차례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게임 끝" VS "탄핵 배제 안 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게임은 끝났다(Game Over)'란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올렸다. 이날 부상 장병을 위한 격려 행사에서도 "공모도, 사법 방해도 없었다"며 오히려 특검 수사가 개시된 것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며 역공을 펼쳤다.

그러나 의회와 언론의 반응은 달랐다. 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특검 보고서 내용이 "러시아와의 유착이나 사법 방해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주장과 크게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들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연방법을 위반한 실체적 증거들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상황은 의회에 달려 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트럼프의 사법 방해와 다른 위법행위에 대한 충격적 윤곽이 드러났다"고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도 이날 공동성명에서 "사법 방해 혐의에 대한 뮬러 특검의 판단과 바 장관의 판단이 분명하게 대조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보고서의 내용이 대통령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따라서 보고서 공개로 매듭이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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