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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단독] 실업·가난·고독…‘3중 덫’에 갇힌 정신질환 범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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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 분석

치료명령 대상자의 26.6% 조현병 환자

82.5% 수입이 없거나 월 100만원 이하

78.7% 직업 없거나 일용직 등 불안정

41.2%는 동거 가족 없이 혼자 살아

“가족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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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진주 아파트 참사’를 일으킨 안아무개(42)씨처럼 정신질환을 앓는 범죄 경력자들의 상당수가 실업과 가난, 고독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누구보다 정부와 지역 공동체의 치료와 도움,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사실상 방치돼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19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정신질환자 범죄의 예방 및 감소를 위한 지역사회 내 관리방안’ 보고서를 보면, ‘치료명령’을 받은 심신미약 전과자의 대부분은 정신질환 치료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처지로 나타났다. 치료명령제는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정신장애인이나 주취자에게 형의 선고나 집행을 유예하고, 보호관찰관 감독 아래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치료명령제가 시행된 2016년 12월2일부터 지난해 5월31일까지 전국 보호관찰소에 판결문이 접수된 치료명령 처분자 530명의 특성을 파악해, 지난해 12월 이 보고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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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전과자 530명의 치료명령 이유는 정신장애 48.3%(256명), 알코올 문제 35.9%(190명)였으며, 정신장애와 알코올 문제가 모두 있는 경우는 15.8%(84명)였다. 정신장애 질환자 중 ‘진주 아파트 참사’의 피의자 안씨처럼 조현병을 앓는 경우는 141명으로, 전체 치료명령 대상자의 26.6%였다. 조현병 환자이면서 범죄 경력이 있는 안씨는 당연히 치료명령 대상이지만, 그가 범죄를 저지른 2010년엔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이라 치료명령을 받지 않았다.

치료명령을 받은 심신미약 전과자의 월평균 소득은 52만9천원이고, 가족 소득까지 합한 월평균 가계소득은 145만8600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수입이 없는 경우는 358명(67.5%)이고, 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는 15.0%여서 전체 대상자의 82.5%가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었다. 또 직업 형태는 무직 305명(57.6%), 일용직 112명(21.1%)으로 78.7%가 직업이 없거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이는 36%에 그쳤다. 동거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은 41.2%(218명)에 이르렀다. 법무부는 치료명령제를 시행하며 대상자에게 치료비를 감당할 경제력이 없으면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62.1%(329명)가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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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지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안씨에게 적절한 약물치료를 제공했다면 이번 사건은 예방할 수도 있었다. 가족 중심적인 의료 체계를 바꿔 조현병 등 정신질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의료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2일 법무부는 치료명령제를 도입하며 “동기 없는 범죄 등 주취·정신장애인이 저지르는 중한 범죄는 대부분 경미한 범법행위부터 시작된다. 이들을 미리 치료해 강력범죄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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