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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대법 `사납금 폐지` 판결에…공유차 대타협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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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던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택시기사 이 모씨 등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면서다. 사실상 대법원이 택시업계 사납금제 관행을 위법으로 판단한 것이라 어떤 식으로든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 부담을 이유로 법인택시 반발이 만만치 않아 험로가 예상된다.

현재 택시기사는 운송 수입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회사에 내고 남은 초과운송수입금과 회사가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고정급을 월급으로 받는다. 이 중 고정급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만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법 위반을 우려한 회사가 아예 취업규칙을 고쳐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해 버리는 일이 속출했다. 실제 노동시간은 그대로인데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만 줄인 것이다. 서울은 현재 실제 택시 운행시간과 관계없이 하루 5.5시간의 소정근로시간으로 기본급을 책정한다.

원고 측은 "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실제 근로시간 변경이 없음에도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소송을 냈고, 이번 대법원 판결로 받아들여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택시는 외부에서 영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회사가 근로감독을 할 수 없어 소정근로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책정해 왔다"며 "몇 시간을 운전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소정근로시간을 두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택시법인이 고정급을 덜 주고 사납금을 많이 받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사실상 대법원이 '사납금 폐지'를 선고한 것이라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특히 이 문제는 지난 3월 이뤄진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소정근무시간 대신 실제 운행시간을 제대로 측정해 충분한 고정급을 월급으로 주고, 사납금은 폐지하라는 게 골자다. 현재 국회는 실제 노동시간에 따른 월급제를 담은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개정안을 심의 중이다.

개정안은 택시노동자 노동시간 기준을 운행기록장치(태코미터)와 운행정보 관리 시스템을 통해 국토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사용자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3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4월 들어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택시 근로자들이 '임금 채권' 소송을 걸면 사용자의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해줘야 사업자 측에서도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이 빗발칠 수 있어 현행 방식을 고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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