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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스페인 일부 도서관에서 '신데렐라' 퇴출…"성 차별적 고정관념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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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학교들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성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성차별적 동화를 교내 도서관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각)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의 타버 학교 유아도서관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 ‘빨간모자’ '신데렐라' 등의 동화를 퇴출했다. 이들 동화가 성 고정관념을 담고 있어 6세 이하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일부 장면/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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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성 차별적 내용을 찾는 프로젝트(Associacióp Espai i Lleure)’는 타버 도서관의 600여권의 책을 조사했고 그 결과 "30%에 해당하는 200여권의 매우 성차별적이었고 강한 성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나머지 여러 책에도 성 고정관념이 담겨 있다고 봤으나, 도서관 측은 해당 동화들을 전부 제거할 수는 없어 계속 소장하기로 결정했다.

검토위원회 측은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에 "사회는 변하고 있고 젠더(Gender)에 관한 문제를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동화에는 이런 것들이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어린 시절 아이들은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하기 때문에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며 설명했다.

작년 시장조사기관 닐슨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17년 가장 인기있는 어린이 그림책 100권을 검토한 결과, 여자보다 남자 주인공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자 주인공은 주로 악당과 싸우고 곤경에 처한 이를 돕는 용감한 영웅으로 그려지는 반면 여자 주인공은 구조를 기다리는 공주로 아름다움, 모성애, 보살핌, 사랑 등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등 성 역할이 고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엘 파이스는 타버 학교에 이어 바르셀로나의 다른 학교 도서관들도 소장하고 있는 동화가 성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몬트세니 학교는 성차별적 도서를 퇴출했고, 포르트 피엥 학교 학부모 위원회도 책 검토를 위한 성평등 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트 피엥 학교 학부모 위원회는 "아이들이 읽는 책은 매우 중요하다. 고전 동화들은 성 고정관념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이를 깨는 책들을 소장하는 건 좋다"며 "5살 아이들은 이미 성역할을 확립했다. 그들은 소년·소녀의 의미를 안다. 그렇기에 유아 단계부터 성인지적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성차별 동화 퇴출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바르셀로나의 한 도서관 사서는 "고전에는 그것만의 가치가 있다. 검열은 언제나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진태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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