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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수술실 CCTV로 의료사고 밝혀…‘권대희법’ 발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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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피해자‧가족‧유족, 환자단체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의료인 면허취소‧행정처분 정보 공개 요청도
환자단체 '의료사고 대책 마련 부실, 정부는 의사만 배려'

'유령의사가 대리수술, 간호조무사는 무면허의료행위. 의료사고 후 2년이 지났지만 수사는 시작도 안 했다. 진실이 왜곡될까 싶어서 아들이 죽어가는 CCTV 영상을 지금도 보고 있다. 너무도 잔인하고 가혹하다. 비록 내 자식은 억울하게 죽었지만,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왜 외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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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지난 100일간 릴레이 시위를 한 사고 피해유족과 환자단체 등이 18일 국회 앞에 모였다. 무자격자 대리수술, 조직적인 사고 은폐 등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부산의 한 정형외과 의원에서 무자격자 대리수술로 환자가 뇌사에 빠진 사건이 발생한 이후 네트워크병원, 상급종합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도 대리수술이 시행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이 확산됐다. 최근에는 분당차병원에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사고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故 권대희 씨의 어머니 이나금 씨는 수술실 CCTV를 통해 의료기관의 불법행위를 밝혀낼 수 있었던 경위를 설명하면서 수술실 CCTV 설치를 골자로 한 '권대희법'을 발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나금 씨에 따르면 권씨는 '14년 무사고, 병원 내 모든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00원장'이라고 광고하는 신사역 인근 ㅈ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49일 동안 뇌사상태로 연명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지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지만 해당의원 의료진들은 전원이 됐던 대학병원에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수술실에 설치돼 있던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과다출혈은 집도의사가 수술할 때 이미 발생했고 ▲집도의사가 수술 도중 자리를 비우고 다른 의료진이 대리수술을 진행했으며 ▲간호조무사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고 의사들은 모두 퇴근 ▲지혈이 되지 않은 채 장시간 방치 ▲수술실에서 간호조무사가 휴대폰을 만지고 눈 화장을 한 사실 ▲수혈을 하지 않은 채 대학병원으로 이송한 사실 등을 발견했다.

이나금 씨는 '아들이 죽은 후 경찰은 2년 동안 철저한 수사와 보건복지부 질의까지 해 '업무상과실치사'와 '무면허의료행위'까지 밝혀 검찰에 송치했다. 또 '의무기록지 허위기재' 부분 등에 대해 진실을 밝혀 달라고 탄원서를 4번이나 제출했다'며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해병원의 의료진 아무도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만약 수술실에 CCTV가 없었더라면 아들의 억울한 죽음은 밝힐 수 없었을 것이다. 환자의 안전과 예방을 위해서, 의료사고가 났을 때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좋은 의사와 나쁜 의사를 가려내기 위해서라도 수술실에 CCTV가 꼭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금도 진실이 왜곡될까 두려워 수술실 CCTV를 보고 있는데, 자식의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은 다 녹아내리고 피눈물이 난다'면서 '국회는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의사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법안에는 선뜻 발의하면서도 전 국민이 공감하는 수술실 CCTV 법제화를 왜 외면하는가. 모든 국민은 잠재적 환자이고, 누구나 의료사고 피해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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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수술실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정부와 국회를 질타했다.

안기종 회장은 '의료사고 피해자, 유가족들은 지난 100일 동안 우리들의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아직까지 답이 없고, 복지부는 상반기 중에 수술실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전부다'라고 비난했다.

안 회장은 '다행히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윤일규 의원이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교사한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고 3년 또는 10년 동안 재교부받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며 '문제는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했거나 교사한 의료인이 의사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됐다고 해도 현행법에는 해당 의료인의 인적사항과 위반 사실 및 행정처분 내용을 공개하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관련 행정처분 정보 공개제도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과 전신마취약을 이용한 '반인륜범죄'이고, 의사면허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종사기'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영구적으로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기종 회장은 '진료실 사망사건 이후 응급실 안전대책과 진료실 안전대책은 이미 마련해 발표한 상태다. 국회는 응급실 안전을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10개 넘게, 진료실 안전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20개 넘게 발의했다. 이들은 이미 국회를 최종 통과했거나 현재 심의 중이다'라며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고 생각하나 의료에 있어서는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지난 17년 동안 환자들을 위한 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위한 법안이 없다는 것이었다. 의료인이 피해를 입고 사망했을 땐 정부와 국회가 앞다투어 법안을 만들고 대책을 만드는데, 똑같이 사망한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안 만들었다'며 '복지부 장관은 왜 의사 장례식장에만 가고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장례식장에는 가지 않는 것인가. 똑같은 사람인데 왜 의료계에만 과도한 배려를 해주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안 회장은'더 이상 정부와 국회가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책 마련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투쟁할 것이다'라며 '국회는 미루지 말고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 유족, 환자단체의 수술실 CCTV 설치법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쿠키뉴스 유수인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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