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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진단을 동시에… ‘테라그노시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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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테라그노시스 연구단’ 주목

동아일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테라그노시스연구단이 투과전자현미경(TEM)을 이용해 엑소좀을 촬영했다. 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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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이 굳어 덩어리가 되는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은 초기 사망률이 30∼50%에 이를 만큼 위험하다. 심근경색이 발병하면 심근세포가 섬유화돼 심장의 펌프 기능도 떨어진다.

지금까지 심근세포 섬유화를 치료하는 데 역분화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줄기세포로 근섬유아세포를 만든 뒤 다시 심근세포로 분화시키는 방법이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개발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술이 이용됐다. 하지만 iPSc를 비롯한 줄기세포 기반 세포재생 치료 기술은 과정이 복잡하고 세포의 생존율이 낮아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 쉽지 않아 답보 상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테라그노시스 연구단’은 치료효과가 불완전한 유도만능줄기세포 대신 ‘엑소좀’을 근섬유아세포에 적용해 심근세포로 분화하는 기술을 최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테라그노시스란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을 합친 말이다. 줄기세포 기반 세포 재생 치료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50∼15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작은 소포체로 다른 세포와 정보교환을 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가 처한 상태에 따라 엑소좀에 포함된 내용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소와는 다른 물질을 담은 엑소좀을 내보낸다.

KIST 테라그노시스 연구단은 생체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해 질병 조기 진단은 물론이고 치료법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2012년부터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속병원인 다나파버암연구소(DFCI)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에는 DFCI에 공동연구실을 열었다. 해외 대학 연구진과 현지에서 연구실을 함께 운영하는 국내 유일 연구단이다.

현재 미국에서 KIST-DFCI 공동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권익찬 KIST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엑소좀을 이용한 세포 재생 치료법은 자신의 세포를 넣는 방식이어서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존 치료법과 달리 독성이 없다”며 “근섬유아세포가 심근세포로 분화되는 비율이 최대 80%로,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KIST-DFCI 연구실은 엑소좀을 이용한 암 진단 및 치료 연구도 6년째 하고 있다. 권 책임연구원과 토머스 로버츠 DFCI 암생물학과 교수가 주도한다. 공동연구진은 암세포가 내보내는 특정 엑소좀을 바이오마커로 삼아 아직 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초기 환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엑소좀 속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면 이 유전자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암 전이도 막을 수 있다.

권 책임연구원은 “KIST 테라그노시스 연구단이 엑소좀을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로버츠 교수 연구진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다”며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워크숍을 올해 6월 서울에서, 9월 하버드대에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