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기억과 빛'. 한 시민이 한쪽 벽에 쓰인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의 이름을 보고 있다. 김정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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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동편에 설치된 안전전시공간 ‘기억과 빛’은 둘러보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고 공사를 통해 지난 12일 문을 연 이곳에는 당시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학생들의 단체사진, 세월호 사고 이후를 형상화한 예술작품들, 학생들의 영정사진을 보고 추모글을 남길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이 마련돼있었다. ‘기억과 빛’ 전시공간을 관리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을 지나가는 분들이 다 한번씩은 들어와서 보고 가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할 수 있는 건 이름을 기억하고 얼굴을 기억하는 것"
'기억과 빛' 공간에 마련된 상영관에 모여든 시민들이 세월호 사고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김정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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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빛'에 전시된 안내 팸플릿들.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쓰여 있다. 김정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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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6살 아이 둘을 데리고 나온 유재민(38)씨는 공간을 관람한 뒤 “사는 게 바쁘다보니 잊혀지는데, 이런 곳이 있어야 계속 기억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크면 설명해주려고 한다”며 “사고를 기억해야 사회가 변하고, 그래야 아이들이 컸을 때는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상영관에서 10여분 이상을 머물며 눈물을 닦기도 했던 김한샘(25)씨는 “학생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보면서 오래 있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름을 기억하고 얼굴을 기억하고, 참사의 기억을 보존해나가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계절이 두렵다. 꽃이 피고, 꽃을 보면 행복하지만 세월호는 아직 진행형이니까…먹먹하다”며 자리를 떴다.
'기억과 빛' 한켠에는 단원고 학생들의 단체사진과, 세월호 사고를 기리는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정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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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사회 전반 모순의 집약"
영화 <나쁜나라>를 보고 있는 시민들. 김정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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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영화를 관람하고 있던 김모(21)씨는 “<나쁜나라>는 한 번 봤지만 또 보러 왔다.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의 허점이 알려질 수 있었다”며 “아이가 죽어가는 걸 생중계로 봐야만 했던 부모들이, 아파만 하는 게 아니라 국가 권력에 맞서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이모(20)씨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영화를 보면서 세월호와 관련한 이야기도 나누려고 나오게 됐다”며 “어제 추모제도 다녀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세월호를 잊지 않고 이야기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월호 사고 5주기를 앞둔 주말인 지난 13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억문화제'가 열려 시민 2000여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플래시몹으로 노란 리본을 만들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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