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고유명사가 된‘4‧16’, 사고 5주기 앞둔 광화문 '기억과 빛'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기억과 빛'. 한 시민이 한쪽 벽에 쓰인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의 이름을 보고 있다. 김정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동편에 설치된 안전전시공간 ‘기억과 빛’은 둘러보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고 공사를 통해 지난 12일 문을 연 이곳에는 당시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학생들의 단체사진, 세월호 사고 이후를 형상화한 예술작품들, 학생들의 영정사진을 보고 추모글을 남길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이 마련돼있었다. ‘기억과 빛’ 전시공간을 관리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을 지나가는 분들이 다 한번씩은 들어와서 보고 가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할 수 있는 건 이름을 기억하고 얼굴을 기억하는 것"
중앙일보

'기억과 빛' 공간에 마련된 상영관에 모여든 시민들이 세월호 사고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김정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학생들의 사진과 사고 당시의 영상을 모아둔 상영관에서, 학생들의 이름이 쓰인 벽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광장을 지나가다 들렀다는 김유진(29)씨는 “이런 공간이 있어서,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아직도 ‘전원구조’가 오보였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오늘 전시관을 보면서 다시 그 화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기억과 빛'에 전시된 안내 팸플릿들.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쓰여 있다. 김정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살, 6살 아이 둘을 데리고 나온 유재민(38)씨는 공간을 관람한 뒤 “사는 게 바쁘다보니 잊혀지는데, 이런 곳이 있어야 계속 기억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크면 설명해주려고 한다”며 “사고를 기억해야 사회가 변하고, 그래야 아이들이 컸을 때는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상영관에서 10여분 이상을 머물며 눈물을 닦기도 했던 김한샘(25)씨는 “학생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보면서 오래 있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름을 기억하고 얼굴을 기억하고, 참사의 기억을 보존해나가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계절이 두렵다. 꽃이 피고, 꽃을 보면 행복하지만 세월호는 아직 진행형이니까…먹먹하다”며 자리를 떴다.

중앙일보

'기억과 빛' 한켠에는 단원고 학생들의 단체사진과, 세월호 사고를 기리는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정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사회 전반 모순의 집약"
중앙일보

영화 <나쁜나라>를 보고 있는 시민들. 김정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종로구 수송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는 소녀상 지킴이들이 주최한 ‘기억영화제’가 열렸다. 이날 영화제에서는 제주 4‧3을 담은 <레드헌트>, 4‧16을 담은 <나쁜나라>, 4‧19를 담은 <효자동 이발사>가 상영된다. 행사를 주최한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측은 “세월호 참사는 사회 전반에 있는 모순의 집약이라고 생각한다, 4‧16을 다룬 영화들 중 <나쁜나라>가 세월호 유가족들이 어떻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는지에 대한 내용이 가장 많이 담겨서 골랐다”고 전했다.

이날 영화를 관람하고 있던 김모(21)씨는 “<나쁜나라>는 한 번 봤지만 또 보러 왔다.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의 허점이 알려질 수 있었다”며 “아이가 죽어가는 걸 생중계로 봐야만 했던 부모들이, 아파만 하는 게 아니라 국가 권력에 맞서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이모(20)씨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영화를 보면서 세월호와 관련한 이야기도 나누려고 나오게 됐다”며 “어제 추모제도 다녀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세월호를 잊지 않고 이야기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월호 사고 5주기를 앞둔 주말인 지난 13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억문화제'가 열려 시민 2000여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플래시몹으로 노란 리본을 만들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