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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헌재 내부 구성이 '낙태죄 결정'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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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미호 , 최민경 기자] [the L]현 정부서 임기 시작한 5명·女재판관 2명이 '다수의견'

머니투데이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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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진보 성향 재판관들이 다수 포진해있다는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7년 전 낙태죄를 처음 심판한 재판관들의 임기가 모두 끝났고, 새로 구성된 6기 재판관들의 인식이 이전과는 달라 결정의 '가늠자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헌법재판소는 현행 낙태죄 관련 조항(형법 제269조와 형법 제270조)에 대해 7대 2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효력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이날 재판관 4명은 헌법불합치, 3명은 단순 위헌, 2명은 합헌 의견을 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임기를 시작한 재판관이 9명 중 6명인데,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이 헌법불합치 또는 위헌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헌재 역사상 처음으로 동시근무 중인 여성 재판관 2명 모두 현 낙태죄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었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낸 재판관은 유 소장(문재인 대통령 지명)과 이선애(양승태 전 대법원장 추천)·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서기석(박근혜 전 대통령 지명) 등 4명이다.

유 소장과 이영진 재판관은 헌재 결정 전부터 낙태죄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성 재판관 2명 중 1명인 이선애(양승태 전 대법원장 추천) 재판관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재판관은 그동안 청문회 등에서 낙태에 대해 어떤 의견인지 말하지 않았는데, 결정 구도를 흔드는 '변수'가 됐다.

보수성향으로 평가받는 서기석 재판관도 예상을 깨고 헌법불합치에 표를 보탰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오는 18일 퇴임한다.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은 이석태(김명수 대법원장 추천)·이은애(김명수 대법원장 추천)·김기영(더불어민주당 추천) 등 3명이다.

이석태 재판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이고, 김기영 재판관은 판사시절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하는 등 진보성향으로 분류됐던 인사다. 또 이은애 재판관은 여성 재판관으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의견을 낼 것으로 점쳐졌다.

다만 조용호(박근혜 전 대통령 지명)·이종석(자유한국당 추천) 재판관은 낙태죄 처벌 조항이 합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 역시 서기석 재판관과 함께 곧 퇴임하지만,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앞서 헌재는 2012년 조산사가 낙태 처벌 조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4대4(공석 1명)로 합헌 판단을 내린바 있다. 당시 이강국 헌재소장과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재판관이 위헌, 김종대 민형기 박한철 이정미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이 소장 등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초기 낙태까지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해 처벌한다는 점에서 임부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란 반대의견을 냈지만, 위헌 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해 합헌이 유지된 바 있다.

이미호 , 최민경 기자 be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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