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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단독]5·18 작전일지 담긴 군 기록, 88년 청문회 전 무더기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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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투입 부대들, 보존기한 안 지났는데 약속한 듯 없애

주요 지휘관들, 국회의원 되거나 요직 맡는 등 ‘승승장구’

경향신문

육군본부가 1988년 국회 광주청문회가 끝난 이후인 1989년 12월 만든 문건. 규정을 무시하고 5·18 당시 군 문건이 과다하게 파기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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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를 유혈 진압한 계엄군의 세세한 작전 상황을 담고 있는 중요 기록들이 1988년 국회 청문회 전 무더기 파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존기간이 지나지도 않은 비밀문서를 군이 서둘러 파기한 것은 5·18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1989년 12월 육군본부가 작성한 문건을 보면 ‘육군 규정에 명시된 보존기간을 미준수하고 파기된 5·18 관련 작전 문건자료가 33건’으로 확인된다.

육군본부는 1988년 시작된 국회 광주청문회가 끝난 이후 주요 쟁점, 5·18 경과와 분석 등을 종합해 1982년에 편찬한 ‘계엄사’와 동일한 제목의 책을 만들면서 당시의 상황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 따르면 국회는 1988년 광주청문회를 앞두고 1988년 8월부터 1989년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국방부에 5·18 당시 군 문건 126건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군은 79건만 제출했고 33건은 파기됐다고 적고 있다. 나머지 문건은 중복되거나 해당이 없는 자료였다. 군이 파기됐다고 밝힌 문건은 ‘각하·총리 방문’ ‘지휘관 광주수습의견’ ‘80년 5월 광주 관련 작전계획’ ‘명령지시철’ ‘작전일지’ ‘작전회의록’ 등이다.

특히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의 세세한 작전 상황을 담고 있는 ‘작전 상황일지’가 주요 부대에서 모두 사라졌다. 문건에 따르면 특전사령부를 비롯해 광주에 투입됐던 3·7·11공수, 20사단, 31사단에는 약속이나 한 듯 ‘작전 상황일지’가 없었다. 이들 부대를 지휘했던 전투병과교육사령부와 2군사령부의 ‘작전 상황일지’도 파기됐다.

‘작전 상황일지’는 해당 부대의 작전 상황을 시간대별로 세세하게 기록한다. 작전 이후 군에서 정리하는 ‘교훈집’ 등의 기본 자료로 활용된다. 공수부대의 ‘작전 상황일지’ 등을 살핀다면 5·18 당시 발포 경위와 상황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파기된 문건들은 군이 정한 보존기간이 지나지도 않았다. 문건을 작성한 육군본부조차 “규정에 명시된 보존기간을 미준수하고 파기된 자료가 과다 발생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육군본부는 “(전투상보에도) 탄약 추가 보급과 쌍방 최초 발포, 교전, 최초 사망자 발생 등 중요한 상황이 누락되기도 했다”면서 “‘작전 상황일지’ 및 전투상보의 정확한 기록과 보고, 존안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5·18 진상규명의 중요한 자료가 무더기로 파기됐을 무렵,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 지휘관들은 국회의원이 되거나 군 주요 보직을 맡고 있었다. 국회 청문회를 앞둔 1988년 5월 군이 만든 ‘충정작전 시 주요 지휘관’의 동정을 정리한 표에 따르면 20사단장이었던 박준병씨는 국회의원이 됐다. 표에는 나오지 않지만 5·18 때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씨도 그해 치러진 제13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최세창 3공수여단장은 대장인 합참의장 자리에 앉았다. 5·18 당시 20사단 61연대장과 31사단 96연대장은 소장으로 진급해 각각 국방부 정책기획실장, 1군단 부군단장을 맡고 있었다.

5·18 당시 중령이었던 3공수 12대대장과 13대대장은 준장인 육군본부 군참부 운영처장, 6사단 부사단장에 재직 중이었다. 공수부대 대대장들 중 1988년 당시 특공연대장과 육군본부 등에서 근무하고 있던 현역 대령도 6명이나 됐다.

노영기 조선대 교수는 “청문회를 앞두고 활동했던 보안사령부의 511분석반 등에서 군 기록을 미리 검토한 뒤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파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중요한 군 기록들이 사라져 현재도 5·18 진상규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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