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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생생확대경]말만 앞섰던 사회서비스원의 공보육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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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직영 어린이집이 관심을 받고 있다.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던 국공립 어린이집 2곳을 구(區)에서 직접 운영키로 한 것. 오는 9월 민간 위탁 기간이 끝나는 어린이집 2곳도 직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간 위탁에서 구 직영으로 바뀌면서 어린이집 원장을 공개채용하고 시설관리공단에 신설된 사회서비스부에서 보육교사 등 보육 교직원들의 인사관리와 복지 등을 담당하게 했다. 민간 위탁 국공립 어린이집의 사유화를 막고 보육 교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으로 보육서비스를 높이겠다는 것.

그런데 공공이 직접 관리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만 할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했던 사회서비스원의 사업내용이다. 민간에 위탁했던 복지서비스를 공공에서 직접 제공한다는 사회서비스원은 올해 서울과 대구, 경남, 경기 4곳의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운영되고 2022년까지 17개 광역지자체로 확대된다. 가장 먼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최근 출범했고 하반기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노인요양 장애인 활동지원에 비해 보육은 상당히 축소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중구처럼 민간에 위탁해온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을 사회서비스원이 맡아야 한다. 전국 3만9000여곳의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 비중은 9% 정도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개인이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서울시는 기존에 민간 위탁한 국공립 어린이집은 그대로 두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어린이집을 매년 5개씩 2022년까지 20개 운영해 본 뒤 모델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 50% 달성을 위해 올해에만 100개의 국공립을 설립하는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다. 복지부 역시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의 범위를 신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반발로 자칫 사회서비스원 사업에서 빠질 뻔한 보육을 최소한으로라도 넣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듯한 태도다.

어린이집 원장과 부모, 교사 중 사회서비스원의 보육분야 축소를 원한 집단은 원장들 뿐이다. 지난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보육교사 3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1.2%가 어린이집을 사회서비스원에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부모들 역시 민간 위탁이라는 `무늬만 국공립` 보다는 공공이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어한다. 지난해 터진 사립유치원 비리와 어린이집 비리로 공보육 확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지만 사회서비스원 만큼은 교사도 부모도 아닌 원장들이 원하는대로 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한유총의 유치원 원장들만 실력행사를 하는 것은 아닌듯 하다.

서울시나 복지부나 사회서비스원의 국공립 어린이집 직접 운영은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했다. 수십년간 민간 위탁으로 이미 사유화가 된 국공립 어린이집을 공공으로 가져온다는 데 원장들의 반발은 어찌보면 당연하고 넘어야 할 산이다. 설득과 공론화 작업을 멈춰선 안된다. 공보육 확대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낼 정부나 지자체는 없을 것이다. 공보육 실현은 수치 뿐 아니라 내용도 따라야 한다.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고 위탁은 그대로 하는 무늬만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로 공보육 확대 성과를 포장하는데 그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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