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61>스타트업은 규모가 작은 것이 경쟁력 원천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많은 스타트업이 부족한 인력에 허덕이고 있다. 사실 창업 초기에는 소수 인원만으로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다방면에 능력을 보유한 팔방미인형 인재가 필요할 때가 많다. 창업 초기에는 이런 인재를 뽑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창업 초기에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회사 조직 자체를 빠르게 키우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내포하고 있는 장점은 조직 규모가 작기 때문에 발현되는 것이 많다. 가장 먼저 조직이 작기 때문에 민첩함과 높은 대응력을 가질 수 있다. 회사 조직이 커지면 전체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서 여러 절차와 규칙을 정비하게 된다. 의사결정은 집권화되고 중앙집권적이고 수직적 조직체계를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관료화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조직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규정과 제도가 까다롭지 않으며,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도 없다. 즉, 대표이사와 일선 직원이 상시 얼굴을 맞대고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민첩함과 기민함은 스타트업이 기존 기업을 뛰어넘을 수 있는 중요한 자산 중 하나다.

작은 조직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이 갖게 되는 또 다른 장점으로 높은 자율성에서 유발되는 창의력을 꼽을 수 있다. 기존 회사는 조직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업무 처리의 범위와 재량권이 극히 제한된다. 스타트업의 경우 아직 업무 매뉴얼이 완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수의 사람으로 회사 전반 내용을 운영하기 때문에 업무 처리 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재량권도 많은 편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회사 구성원 개개인은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실험과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치명적인 실패는 회사 경영 자체에 커다란 악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통상적인 수준의 실험과 실패는 회사 구성원에게 업무 처리에 있어 높은 창의력과 기업가정신을 배양하는 기회가 돼 줄 수 있다.

전자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조직에서는 기존의 큰 회사의 조직이 갖기 어려운 장점을 내포하고 있다. 소수 인원이 서로 긴밀히 소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통해 신속하게 시장을 학습하면서 가장 먼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인식하고 포착하는 능력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발하는 주요한 원동력이다. 이 때문에 기존 대기업 내지 중견기업 역시 스타트업이 내포하고 있는 기민함과 순발력의 부가가치에 주목해 회사 운영 방식 자체를 크게 변화시키기고 있다. 관료화된 조직에서 벗어나 팀 단위 내지 TF 단위로 조직을 운영하는가 하면, 소사장 제도 내지 사내벤처 등 제도를 도입해 과감하게 의사결정 권한을 이양하는 사례가 더더욱 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 직원의 명함 내지 조직도를 보면, 전략사업단위(SBU)나 운영사업부(OBU) 등 단어를 자주 마주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어떤 의미에선 수많은 스타트업이 기존에 자리매김한 기업을 뛰어 넘어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조직 자체가 작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 혹시 적은 인력으로 불평하고 있는 창업자가 있다면, 이 적은 인원이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 aijen@kdi.re.kr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