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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건조경보 속 태풍급 강풍까지... '양간지풍' 탓에 고성 산불 급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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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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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속초시내까지 번져 2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불길이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시내까지 번지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건조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까지 불어 소방당국은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삽시간에 속초 시내까지 번진 건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건조한 서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 때문이다. 이번 바람은 한반도 주변 기압 배치가 ‘남고북저’가 되면서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 기상청의 분석이다. 한반도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 북쪽에 저기압 중심이 위치하면서 기압 밀도 차이가 매우 커져 바람의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는 것이다. 바람은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데 기압차가 크면 바람도 세게 분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영동 지역은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나는 곳으로 시계방향으로 도는 고기압의 서풍과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저기압의 서풍이 만나며 가속도가 붙게 된다”며 “이 같은 서풍이 태백산맥을 타고 동해안 쪽으로 내려가면서 더욱 기세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상층 기온이 높고 하층 기온이 낮은 기온역전 현상으로 대기 상층부가 정체되면서 하층부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도 바람 세기가 강해지는 데 일조했다.

봄철의 이런 고온건조한 바람은 영동 지역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이 된다. 2005년 4월 양양 낙산사, 2013년 포항 산불도 이 같은 양간지풍이 피해를 키웠다. 게다가 동해안 산림은 봄이 되면 고온건조한 바람이 불어오고 불에 취약한 소나무로 뒤덮여 있어 불이 날 경우 대형화재로 번지게 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최대 순간풍속은 미시령 초속 35.6m, 양양공항 초속 29.5m, 설악산 초속 28.7m, 속초 설악동 초속 23.4m 등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강원 지역의 강풍이 5일 오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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