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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아시아 최고' 외친 SK텔레콤, '애플·넷플릭스·디즈니'와 정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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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 콘텐츠연합플랫폼 ‘푹’을 합병해 아시아 최고 OTT를 만들기로 했다. 올해 4월 법인 설립이 목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미디어 시장은 반도체 시장과 같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직접 언급할 정도로, SK텔레콤 내부에서도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를 비롯해 ‘애플’·’디즈니’까지 국내 OTT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낙관적인 미래를 단정하기는 어렵게 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간의 원활한 소통 여부가 성공·실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비즈

1월 3일 서울시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동영상 플랫폼 공동사업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한 최승호(왼쪽부터) MBC 사장, 양승동 KBS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박정훈 SBS 사장. /SK텔레콤 제공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4월 초 옥수수 사업 분할을 결정할 예정이다. 같은 날 사업 분할로 신설된 옥수수 법인과 푹과의 합병 계약도 추진된다. SK텔레콤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30%를 보유한 이후 통합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가칭 ‘푹수수(푹+옥수수)’라는 통합 OTT가 생기면 기존 옥수수 가입자 946만명과 푹 가입자 400만명이 합쳐져 총 가입자 1300만명 이상의 OTT가 생길 예정이다. OTT 업계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수급을 위해서는 700만~1000만 가입자를 지녀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 3사에서는 푹수수 최고경영책임자(CEO)가, SK텔레콤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CEO는 이태현 KBS 콘텐츠사업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텔레콤 관계자는 "서류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합 법인 설립 이후다. 푹수수발 콘텐츠가 언제 나올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제공사업자(CP)와 프로그램 공급사업자(PP)와 공급 계약 문제도 있다. 기존 계약을 수정해야 한다.

또 양측이 합병 법인을 운영하는 만큼 일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한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양측이 어떤 협의를 내놓는냐에 따라 향후 푹수수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OTT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에게는 3명의 시어머니가 생긴 셈이고, 지상파 3사에게는 불편한 시며느리가 생긴 셈"이라며 "내부에서 결정을 하느라 쓸데없는 절차가 많아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깥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다. ‘킹덤’ 등 오리지널 콘텐츠로 유명한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는 190여개국에서 1억390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한 OTT 강자다. 2016년 한국 진출 2년 만에 국내 가입자 127만명(2019년 1월 기준·와이즈앱)을 돌파하기도 했다.

‘어벤져스’·‘겨울왕국’ 등으로 유명한 ‘콘텐츠 강자’ 디즈니도 올해 말 OTT를 내놓는다. 디즈니는 지난 20일 영화제작사 ‘20세기폭스’를 약 80조원에 인수해 미국 OTT 시장 3위 ‘훌루’의 최대 주주까지 됐다. 국내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애플도 26일 OTT ‘애플TV 플러스’를 내놨다. HBO·쇼타임·CBS 등 케이블 채널과 함께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도 시청할 수 있다. 오프라 윈프리·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거물급 콘텐츠 관계자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

푹수수는 올해 상반기부터 미디어 투자·제작에 들어갈 방침이지만, 후발 주자로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푹수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간의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큰 기업 4개가 합쳐지는 만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넷플릭스뿐 아니라 3개나 되는 글로벌 기업들이 OTT 시장에 들어오는 만큼, 원활한 소통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안별 기자(ahnby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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