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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Tech & BIZ] 애그테크 시장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中 '농예산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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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약 20㎞ 떨어진 퉁저우(通州)구. 1만1040㎡(약 3340평) 규모의 대형 온실 곳곳에는 조명 밝기, 온도, 습도 등을 감지하는 센서가 설치돼 있다. 수경재배 방식으로 시금치·양배추·양상추 등 채소를 키우는 이곳은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이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적용시킨 '스마트 식물공장'이다.

AI는 직원이 없는 밤중에도 알아서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공장의 조명과 에어컨 등을 자동으로 조작한다. 농장 안은 완벽하게 멸균 상태로 유지해 농약을 쓰지 않아도 병충해 문제가 없다. 이렇게 생산된 채소의 가격은 일반 채소보다 2~3배 비싸지만, 베이징·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인기다. 징둥닷컴 관계자는 "식물 공장은 일년에 20번 넘게 수확할 수 있는데, 이는 같은 크기의 일반 농장 5배 수준"이라며 "빅데이터 기술로 채소의 생산 날짜부터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을 소비자에게 전부 보여줄 수 있어 인기"라고 말했다.

세계 '애그테크(AgTech·농사와 테크를 합친 합성어)' 시장에서 중국이 차세대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애그테크는 AI·사물인터넷(IoT)·로봇·드론과 같은 첨단기술을 농축산업에 접목시켜 좁은 면적에서 최대치의 생산량을 이끌어내는 기술을 뜻한다. 원래 애그테크 시장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테크업체를 앞세운 미국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중국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모양새다. 글로벌 농업 투자 컨설팅업체 애그펀더(AgFunder)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별 애그테크 투자 금액이 많은 나라는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순이었다. 로봇과 같은 최첨단 기술까지 농업에 적용해 투자금을 쏟아붓는 미국을 제외하면 모두 인구가 많아 식량난이 문제가 되고, 도시와 농촌의 빈부격차가 큰 개발도상국이다.

알리바바·텐센트·징둥닷컴… 농예산궈의 부상

중국에선 대표 인터넷 기업들이 잇따라 애그테크 사업에 뛰어들면서 '농예산궈(農業三國·농업삼국)'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알리바바·텐센트·징둥닷컴 3곳을 지칭한다. 중국 정부도 도시와 농촌 간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애그테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업종연구보고망(ChinaIRN)에 따르면 중국 애그테크 시장 규모는 2022년에 184억5000만달러(약 21조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조선비즈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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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는 지난해 6월 AI 기술을 활용한 '농업 빅브레인'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는 중국 시안성 옌량구의 한 참외 농가에는 참외 넝쿨마다 QR코드가 붙어 있다. 일종의 '신분증'인 셈이다. 농부가 스마트폰으로 이 QR코드를 찍으면 언제 물을 줬는지, 어떤 비료를 줬는지 등 상세한 정보가 나온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시스템을 통해 참외의 정확한 수확 시기를 예측할 수 있고, 당도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어 600g당 1위안(약 169원)에 팔던 참외를 3위안(약 506원)에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지난해 123만톤을 소비한 양돈업에는 알리바바·징둥닷컴·넷이즈 등이 뛰어들었다. 이들은 컴퓨터가 돼지 사육장의 이미지를 실시간 분석해 압사 위험이 있을 경우 농장 주인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주고, 돼지 울음소리를 분석해 질병 여부를 예측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안면인식 기술로 돼지를 한 마리씩 구분해서 생애주기를 관리할 수도 있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양돈업에 기술을 접목한 뒤 암퇘지마다 연평균 새끼 돼지를 3마리씩 더 낳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텐센트는 지난해 4월부터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AI 생태 거위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거위 공장에서는 안면인식 기술로 컴퓨터가 거위를 한 마리씩 확인해 식사와 예방주사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텐센트 기술팀은 거위 울음소리를 번역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있다. 텐센트는 또 61㎡ 크기의 온실에서 4개월 만에 오이 3500㎏을 키워내 국제 온실 재배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로봇이 재배하는 미국의 첨단 농장

애그테크 선두 주자인 미국은 로봇·드론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농업에 접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아이언옥스는 세계 최초로 로봇이 운영하는 완전 자동화 농장을 선보였다. 이 농장에는 사람 한 명 없이 높이 1m가량에 바퀴와 팔이 달린 로봇들만으로 농사를 짓는다. 브렌드 알렉산더 아이언옥스 최고경영자(CEO)는 "로봇들이 24시간 동안 일할 수 있어 기존 농장의 30분의 1에 불과한 면적에서 동일한 양의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드론 업체 프리시전호크는 하늘에서 해충을 포착할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한 농업용 드론을 출시했다. 미국 프랭클린 로보틱스는 농장을 돌아다니며 잡초를 제거하는 로봇 '터틸'을 상용화했다.

한편 한국은 해외와 비교했을 때 애그테크 분야에서 지지부진한 수준이다. 전국 농촌의 비닐하우스를 스마트팜으로 바꾸는 작업에 돌입했지만, 아직 스프링클러를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수준의 단계에 불과하다.




오로라 기자(auro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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