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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2년간의 전쟁' 뮬러 특검, 누가 무엇을 잃고 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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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트럼프·강경 공화당 의원·펠로시

패자는 미디어·애덤 시프·오바마 정부 관계자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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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선거대책본부의 러시아 유착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공모의 증거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 정가가 충격에 빠졌다.

최대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일 것이지만 창과 방패가 부딪치고 인신공격이 난무한 약 2년간의 특검 조사에서 승자와 패자는 누구일까.

25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해 강경 공화당 의원들, 대통령 측 변호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승자로 꼽았다. 반면 패자는 미디어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위원회 의장, 전 오바마 정부 관계자들, 탄핵에 찬성한 민주당원들, 2020 대선에서의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들을 꼽았다.

더힐은 우선 정치적 위기에 처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공모는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입증되면서 정치적으로 우위에 서게 됐다고 분석했다. 자신이 '마녀사냥'당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검을 도리어 정치적 무기로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수사 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을 넘어서 '공격견' 역할을 한 미 공화당 하원의원들인 짐 조던(오하이오)와 마크 메도우즈(노스캐롤라이나) 의원 등 강경 보수파도 승자로 손꼽혔다. 이들 역시 민주당에 대해 나라를 이끌기 보다는 '트럼프 흠집내기'에 골몰했다고 공격할 수 있게 되어 선거에서 민주당보다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되었다.

루돌프 줄리아니와 제이 세쿨로우 등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들은 법정 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 문제들을 철저히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의 직접 조사를 받는 수모를 받지 않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지난해 11월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승자로 꼽았다. '공모 증거 없음' 결론은 펠로시 의장에게 직접적으로는 비보지만 민주당 내 탄핵론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바탕을 제공했다. 펠로시 의장과 일부 최고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보다는 다른 트럼프의 실정에 초점을 맞춰왔기에 그의 주장의 정당성이 확인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달 한 인터뷰에서 공화당의 지지없이는 탄핵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가치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패자로는 2년 간 숨가쁘게 뮬러 특검의 새로운 발견을 중요하게 다루었던 미디어들이 꼽혔다. 지난 22개월간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중 일부가 저지른 범죄 행위가 밝혀질 것처럼 쉴새없이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결국 뮬러 특검의 이번 결론으로, 정치 전문가들과 케이블TV 분석가들을 머쓱하게 했다.

애덤 시프(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 역시 패자로 분류됐다. 일요일 아침 정치 프로에 단골로 출연하면서 시프 위원장은 공모의 증거가 뚜렷하다고 말해왔다. 이달 초 그는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러시아 중개인의 이메일을 제시하면서 공모의 정황 증거가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뮬러 특검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수석 고문은 시프 위원은 사임해야한다고 말했다. 콘웨이 수석 고문은 "그는 제지당하지도 않고 맹세도 없이 날이면 날마다 거짓말을 팔고 다녔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들도 면목없는 얼굴이 되어 버렸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DNI)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 전직 법무부와 정보기관 수장들은 이미 보수 세력에게 미운털이 박혀왔지만 뮬러 특검 결과로 더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의회에 거짓말한 이들'이라고 지칭하면서 "매우 사악한 짓을 저지른 많은 이들이 있다"고 비난했다.

브레넌 전 CIA국장은 이날 "실제보다 더 많은 것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와 우리 선거를 둘러싼 범죄 음모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안도하고 있다"면서 "나는 그것이 나라에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탄핵을 주장해온 민주당 의원들도 타격이 불가피해보인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뮬러 보고서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의 이유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반(反)트럼프 캠페인에 수백만달러를 쏟아부은 민주당 기부자인 톰 스테이어는 성명을 통해 의회가 뮬러 보고서 전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회는 이미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범죄 행위와 특검으로 밝혀진 직접 증거를 가지고 스스로 (탄핵)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을 공화당과 민주당의 잠재적 경쟁자들에게도 이번 특검 결과는 악재다. 지난 22개월 동안 전직 대통령의 측근들이 수사에 연루됐음에도 흔들림이 없었던 트럼프 지지층은 이번 결과를 계기로 더욱 연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실시된 CNN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응답자의 89%가 트럼프에게 긍정적인 점수를 줬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내 지지율과 전반적인 지지율은 이번 결과로 한동안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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