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생활보장 재산 산정 때
집값 아닌 도시 규모로만 차등화
용인 등 집값 비싼 중소도시 지역
집값 싼 광역시 지역보다 불이익
◆재산 공제 방식 ‘엉터리’ 지적=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엉터리 재산 공제 방식’ 때문이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2017년 1월~올 2월 전국 지자체의 주택 평균 매매가격(한국감정원 자료)을 분석해 재산 공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초연금 수령 자격을 따질 때 재산(공시가격)에서 기본재산액을 뺀 뒤 소득으로 환산한다. 주거 유지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이라고 보고 빼준다. 서울과 6대 광역시는 대도시로 보고 1억3500만원을 뺀다. 과천·용인·광양 등 중소도시는 8500만원을, 양평·의성 등 군 단위 농어촌은 7250만원을 뺀다.
그런데 3단계 구분대로 부동산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정 의원 분석 결과, 주택 평균 매매가격이 가장 싼 대도시는 인천광역시 미추홀구(1억4134만원)다. 이보다 비싼 중소도시는 과천·성남 등 77개 도시다. 수도권만 그렇지 않다. 충남 서산, 경북 문경, 전남 나주 등 지방이 더 높다. 대도시 중 부산 중구, 인천 동구·강화군, 대전 대덕구 등도 낮다. 중소도시 중 가장 낮은 태백시보다 높은 농어촌이 66개에 달한다. 양평·가평·예천·무안·성주·청도군 등이다. 과천을 비롯한 중소도시가 높은데도 부산 중구 등지가 더 혜택을 본다.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공제액을 정하지 않고 행정 편의대로 3단계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양평 같은 농어촌에 살다가 중소도시나 대도시로 이사하면 기초연금을 받게 되거나 연금액이 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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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숙 의원실에 따르면 기초연금 방식의 재산공제는 장애연금·긴급복지·차상위자활지원 등 6개 복지에, 기초생보제 방식은 장애아동수당·한부모가족지원 등 8개 복지에 적용한다. 이것 말고도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합리한 재산공제 방식은 2003년 시행한 기초생활보장제 소득인정액제도에서 유래했다. 그 후 이 틀을 본떠 기계적으로 적용했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 변화를 무시한다. 기초생보제 방식(대도시 5400만원)은 2009년 이후 그대로다. 기초연금 방식(대도시 1억3500만원)은 2015년 그대로다. 정 의원실 박상현 비서관은 “기본재산이란 게 주거비를 말하는데, 인천 미추홀구보다 과천의 주거비용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주택 매매가격이 높게 나온다”며 “그런데도 기계적 3단계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 재산 기준 세분화 권고=국민권익위원회는 2011년 일찌감치 기초생보제의 3단계 기본재산 분류기준을 도시 규모에 따라 세분화하도록 권고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아직도 손대지 않고 있다. 최옥금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포럼 최근호에서 “일부 중소도시의 경우 전세 가격은 대도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데도 불구하고 대도시보다 적은 기본공제액을 적용하고 있다”며 “기본재산 공제 취지가 최소한의 주거 유지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빼주는 것이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정춘숙 의원실은 “지금의 3단계 방식을 폐지하되 단계를 두지 말고 실거래 가격이나 공시가격 평균치를 적용하거나, 10단계로 세분화해야 현실 왜곡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주거급여처럼 ‘서울-인천·경기-광역시-그 외 지역’으로 4단계로 확대하거나 경기도를 대도시에 넣어 사각지대를 없애자고 주장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에 2차 기초생활보장 3개년 계획을 만들어야 하는데, 거기에 맞춰 올해 중 기본재산액 실태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그 결과가 나오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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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재산액 공제
부동산에서 주거 유지비용을 빼고 소득으로 환산하는 제도. 기초연금·기초생보제 등 14가지 복지제도에 적용한다. 공제액이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 3단계로 돼 있어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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