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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후쿠시마 지진 아픔 보듬는 훌라댄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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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훌라 걸과 개 초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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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후타바 마을의 모리타 사에(다키모토 미오리)는 정식 데뷔를 준비하는 훌라댄서다. 어린 시절에 놀러 간 이와키시의 리조트 하와이안스에서 훌라댄스 공연을 보고 반한 뒤부터 댄서를 꿈꿔왔던 사에는 피나는 연습 끝에 무사히 데뷔 무대를 마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예기치 못했던 비극이 사에의 삶을 덮친다. 2011년 3월11일 지진과 쓰나미로 수많은 사람이 리조트 안에 발이 묶인다. 설상가상으로 마을 근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뒤늦게 가족과 연락이 닿은 사에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던 반려견 초코가 함께 대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15년 3월11일 도쿄 티브이에서 방영한 <훌라 걸과 개 초코>는 동일본 대지진 발생 4년째를 맞아 제작된 특집 드라마다. 이와키시의 스파리조트 하와이안스 훌라댄스팀의 대지진 당시 실화를 중심으로, 재난의 비극과 재건의 희망을 담았다. 이와키시 훌라댄스팀의 이야기는 이미 12년 전 개봉한 영화 <훌라 걸스>를 통해 잘 알려진 바 있다. 재일 한국인 3세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훌라 걸스>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때 이와키시를 먹여 살렸던 탄광산업이 위기를 맞고 관광산업으로 새로운 희망을 찾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던 이들이 훌라댄서가 되어 도시를 알린 신세대 여성들이었다.

<훌라 걸과 개 초코>에도 이와키시 재건의 상징이 된 훌라댄스팀의 역사가 잘 반영되어 있다. 리조트가 문을 닫고 더는 무대에 설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훌라댄스팀은 피해자들을 위한 순회 위문공연을 준비한다. 한쪽에서는 ‘다들 힘겨워하는데 태평하게 춤이나 춘다’는 비난이 들려오지만, 댄서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치유를 기원하는 훌라춤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면서 최선을 다해 위로의 미소를 전하고자 한다. 어느새 댄스팀의 중심이 된 사에는, 극심한 피폭 피해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후타바 주민들의 대피소가 첫 순회공연 무대로 결정되자 고향 마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용기를 낸다.

동일본 대지진 8년을 맞아 다시 본 <훌라 걸과 개 초코>는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가족들과 함께 대피하지 못한 채 버려지고 살처분당한 동물들의 비극이나, 후쿠시마 주민들에 대한 사회적 배척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재해의 그늘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분명 미덕이다. 하지만 리조트 영업 재개를 앞두고 실시된 전국 순회 무대에서, 후쿠시마의 안전함을 알리기 위해 특산물을 홍보하는 댄스팀의 모습 뒤로 자본과 권력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들의 춤은 피해자를 위한 위로 이전에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지만, 그 위로 원전 사고의 진실을 은폐하고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열을 올리는 일본 정부의 현실이 겹쳐져 마냥 감동적인 실화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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