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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박완규칼럼]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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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부터 고위급 협상 재개키로 / 잘해야 어설픈 봉합에 그칠 듯 / 패권 추구하며 곳곳서 충돌 예고 / 우리 살길 찾는 게 국가적 과제

세계경제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포문은 미국이 먼저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22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 등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관행을 바로잡겠다며 무역법 301조를 꺼내든 것이다. 그후 미·중은 서로 치고받으면서 각각 2500억달러, 110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지금은 협상 국면이다. 작년 12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협상은 90일 시한을 넘겼지만,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을 미루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내주부터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고위급 협상을 벌인다. 고율 관세 철회와 중국 산업구조 개혁 이행장치 마련이 핵심 의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대중 고율 관세와 관련해 “일정기간 유지될 것”이라며 “중국의 합의 이행을 담보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협상 결과는 잘해야 어설픈 봉합에 그칠 것임을 예고한다. 중국도 기술굴기를 상징하는 ‘중국제조 2025’에 대해선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무역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세계일보

박완규 논설실장


게다가 미·중 갈등은 미래산업 지배권을 둘러싼 각축전으로 번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주 전장이다. 5세대(5G) 통신망, 인공지능(AI) 등 미래 표준기술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승자 독식 성향이 강한 시장이어서 한 번 기술혁신에 뒤지면 만회하기 어렵다.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

그 와중에 세계경제는 치명타를 입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득세로 세계 교역질서가 무너지면서 상품·서비스의 생산·교역과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주요국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세계가 동시 불황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세계경제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세계경제는 미·중 두 축으로 양분되고 있고, 각국은 미국 편을 들지 중국 편을 들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그렇다고 어느 쪽을 선뜻 선택할 수도 없는 처지다. 미국의 중국 화웨이 5G 통신망 장비 배제 요구를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이용하면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며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사드 사태에 이어 또다시 미·중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판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미·중 사이에서 입지를 설정하기가 어렵다. 두 나라는 우리 수출의 37%를 차지한다. 미국과는 동맹관계이고 중국은 최대 수출국이다. 어느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노린다. 중국의 기술굴기는 우리 기업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

두 눈 부릅뜨고 미·중 무역전쟁 추이를 지켜보면서 그 의미를 똑바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슈퍼파워 자리를 둘러싼 패권 경쟁의 일환이라고 본다. 중국의 ‘중국몽’·‘일대일로’ 추구를 미국이 가로막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국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셰이머는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미국이 서반구를 지배하는 것처럼 아시아를 지배하려 들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 지역의 패권국이 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면서 곳곳에서 충돌할 것이다. 포연이 자욱한 전쟁터에서 우리가 살길을 찾는 것은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세계 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실효성 있는 생존 전략을 찾아내야 한다. 동맹국 미국과 지역 패권을 노리는 중국 사이에서 적절한 입지를 찾아내 틈새를 활용하기 위한 지혜를 짜내는 게 급선무다. 전략적 사고를 기반으로 경제·외교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때다. 그래야 국익을 지키고, 국가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박완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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