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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기고] 다문화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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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로 다문화시대다. 필자가 사회 초년병이던 시절엔 시내 중심부에서도 외국인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길거리나 지하철, 어디에서나 일상적으로 마주친다. 우리 주변에 있는 다문화가족, 외국인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근로자와 유학생을 포함한 외국인 주민 수가 176만명가량 된다고 하니,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 중 적어도 34명당 한 명 정도는 다문화·외국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러 곳에서 이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과 센터를 늘려 왔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외국인력지원센터·근로자상담센터, 출입국·외국인사무소와 같은 기관들을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여성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등 여러 부처에서 관리하고 있다.

세계일보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이렇게 다양한 부처들이 체계적으로 협력하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른 나라 정부와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법, 예산 등의 만만치 않은 부처 간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문화가족·외국인은 다른 국민·고객보다 어려움이 많다. 한국말이 어렵고, 잘 모르는 길을 찾아다니기도 쉽지 않다. 편견 때문에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단체도 마땅치 않다. 그야말로 사회적 약자다.

최근 들어 정부혁신의 하나로 강조되는 사회적 가치는 약자를 보호해 우리 헌법의 주요 가치인 사회권을 실질화하고 미래 공동체를 더 풍요롭고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인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어구와 유사한 취지다. 행정안전부가 다문화·외국인 서비스 향상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비슷한 의미로 맹자 진심상편에서는 ‘우물 아홉 길을 파 들어가도 샘에 이르지 못하고 그만두면 우물을 버리는 것과 같다(掘井九?而不及泉 猶爲棄井也)’라고 했다. 좋은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연계하지 못해 뿔뿔이 흩어지면 국민들은 불편하다.

온라인으로 한 번 접속하기만 하면 관련된 내용들이 자동으로 연계돼 서비스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센터가 한곳에 모인 장소에 가면 고민하던 문제가 일시에 해결돼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서비스 수준이다.

우리 행정서비스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지만, 아쉽게도 가야 할 길이 멀고 고려해야 할 것도 많다. 머잖은 미래에 모든 온라인 서비스가 하나로 합쳐지겠지만, 그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고객들에게는 현장 서비스의 공간적 통합도 여전히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행정안전부는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와 같은 협업 공간을 만들어 동일 고객을 가진 정부기관을 하나로 묶는 정부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 센터는 이번 정부 들어 충청남도 아산과 경기도 안산을 비롯한 10개소에 처음으로 개소했고, 올해도 경기도 시흥 등에 10개소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사회적 약자 보호뿐만 아니라 저출산시대 인구대책으로도 중요하고, 지구화시대를 보다 탄력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다양성이 곧 경쟁력이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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