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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사설]헌법재판소의 ‘여성 3인 시대’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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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에 ‘여성 재판관 3인 시대’가 열리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성인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이선애·이은애 재판관과 함께 3인의 여성 재판관이 동시에 재직하게 된다. 전체 재판관 9명 중 3분의 1로, 헌법기관의 여성 비율이 30%를 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재의 고유한 역할과 성평등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반영한 인선으로 환영한다.

헌법재판은 사인(私人) 간 권리 다툼을 다루는 일반 재판과 달리 헌법적 분쟁을 해결해 국가 공권력 작용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도록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일반 소송에서는 재판 결과가 소송 당사자에게만 미치지만, 헌법재판에선 심판 대상 법률에 위헌을 선고할 경우 그 법 조항을 적용받던 시민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 헌법재판의 규범적·정책적 기능과 공동체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는 절실한 과제다. 한목소리, 같은 색깔, 비슷한 얼굴로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법관) 위주의 헌재 구성이 비판받아온 이유다.

이 내정자는 여성이자, 40대이며, 지방대(부산대) 출신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노동 관련 사건을 주로 맡았다. 함께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된 문형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도 기존 재판관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서울에서 재판한 적이 없는 ‘지역법관’이며, 노동·아동학대·가정폭력 사건 등에서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해왔다. 이들이 취임하면 헌재의 스펙트럼은 보다 다채로워질 것이다. 과거 ‘이용훈 대법원’의 ‘독수리 5형제’(김영란·김지형·박시환·이홍훈·전수안)가 법원의 변화를 견인해냈듯, 이들이 헌재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

문·이 내정자의 지명은 긍정적이나, 이들로 충분치는 않다. 헌재에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들이 더 많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지역 출신, 비서울대 출신, 변호사·법학교수 출신이 늘어나야 한다. 연령대도 젊어져야 한다. 가치관의 다양성도 확보돼야 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신뢰받으려면 그들의 모습이 주권자들과 닮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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