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통제 불능' 실리콘밸리, 전세계 '공공의 적' 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개인정보 유출·가짜뉴스 이어 테러 생중계까지 "통제 불능" 분노 여론…전세계서 각종 조사·규제 시행]

머니투데이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전세계의 '공공의 적' 신세가 됐다. 각종 스캔들과 독점 논란 등으로 분노 여론이 들끓자, 각국에서도 강도 높은 조사와 규제를 시행하거나 예고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구글이 검색광고 서비스 '애드센스'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경쟁을 벌였다면서 14억9000만유로(약 1조91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는 지난 2년간 총 3차례에 걸쳐 82억5000만유로(약 10조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 철퇴를 휘둘렀다.

앞서 지난 1월 터키 공정경쟁당국은 구글의 광고 알고리즘이 공정경쟁을 저해하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곘다며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에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끼워넣기해 부당한 경쟁을 했다며 9300만리라(약 193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데 이은 조치인 것이다.

지난달에는 영국 의회에서 페이스북은 "디지털 깡패"라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영국 하원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DCMS) 위원회는 지난달 17일 108장짜리 보고서를 내고 "페이스북이 고의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법과 공정경쟁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깁급히 법적 규제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정은 안방인 미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지난 8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들을 분할해 규제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워런 의원은 "이들이 M&A(인수합병)과 독점 플랫폼을 이용해 공정한 경쟁을 없앴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향해 '좌편향'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페이스북이 그의 핵심참모인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의 페이스북 계정을 일시적으로 막으면서다. 그는 "이건 차별이고, 엄청난 차별"이라면서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측은 즉각 자사 시스템이 스캐비노 국장을 가짜뉴스 등을 생산하는 봇으로 오해해 벌어진 일이라고 사과했다.

CNN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과거에도 각국으로부터 불공정거래 조사와 벌금 등을 받고도 살아남았지만 이번엔 '터닝포인트'가 될 정도의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870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고, 가짜뉴스 유포의 온상이 됐다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트위터에는 각종 혐오와 증오의 발언들이 넘쳐나고, 아마존은 음모론 서적들의 유통을 방치하고 있따. 유튜브에선 테러집단이 모집 영상을 올린다. 여기에 최근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은 페이스북에서 실시간 중계되고 유튜브에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지속적인 나쁜 행동과 콘텐츠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력은 단순히 특정 인터넷 브라우저만 쓰도록 제한하는 행위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기업들이 변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페이스북 지분율이 13%에 불과하지만 차등의결권 덕에 회사의 숨통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스탭 등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곧 상장할 차량공유업체 리프트 역시 비슷한 지배구조를 갖게된다.

CNN은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이 거대한 규제와 공공의 분노 물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과감한 행동을 해야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 중인 GM의 메리 바라 CEO(최고경영자)의 말을 인용해 "시간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