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반짝이는 햇살… 순백의 설경… “오 ! 뷰티풀 데이” [박윤정의 원더풀 터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② 에르지예스산

세계일보

눈앞에 유럽 최고 스키 여행지를 꿈꾸는 에르지예스. 수도 앙카라 동남쪽 270Km에 위치한 터키 중부의 핵심 도시 카이세리는 인근에 위치한 에르시예스 산을 스키 메카로 홍보하며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차가운 공기가 이불 속으로 스며든다. 밖은 아직 어두컴컴하고 고요하다. 침대에서 뒤척이다 보니

어둠이 옅어지고 하늘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어간다. 잠을 떨치고 일어나 창문을 여니 붉은 하늘 아래 하얗게 눈으로 덮인 세상이다.

눈앞에 유럽 최고 스키 여행지를 꿈꾸는 에르지예스(Erciyes) 산이 펼쳐져 있다.

수도 앙카라에서 동남쪽으로 270㎞에 위치한 터키 중부의 핵심 도시

카이세리(Kayseri)는 인근에 위치한 에르시예스 산을 스키의 메카로 홍보하며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공항에 도착하여 스키 슬로프까지 차로 25분’. 이 광고를 보고 눈 덮인 산 아래로 숙소를 정했다.

그 덕에 눈 밖으로 펼쳐진 설국은 스키를 즐기지 않더라도 멋진 감동을 선사한다. 오랜 역사와 문화적 유적으로 유명한 카이세리는 이제 역사적 관광지를 넘어 자연환경을 이용한 스포츠 천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고원 지대에 위치해 있어 여름철에도 기온이 크게 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눈이 많이 내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원전 7000년 전까지 거슬러 가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카이세리! 아름다운 자연 환경만큼이나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화적 매력은 더 큰 감동을 건넨다. 카이세리는 터키가 자리한 아나톨리아 반도의 최초 정착지였다. 초기 기독교 성지이자 바울의 전도여행으로도 유명한 곳이며, 이슬람 문화권의 중심지였던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교회가 세워지고 그중 일부는 다시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바뀌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세계일보

세계일보

오랜 역사를 말해주듯 도심 광장에서 둘러보면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역사의 흔적이 닿는다. 한쪽에는 로마 시대의 무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비잔티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성이 있다. 셀주크족과 오스만족 등 여러 문명의 발자취를 찾아 볼 수 있고, 알렉산드르 대왕 시대에 카파도키아 왕국 수도이기도 했다.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는 아직도 60년째 발굴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세계일보

눈앞에 펼쳐진 설국은 스키를 즐기지 않더라도 멋진 감동을 선사한다. 고원 지대에 위치해 있어 여름철에도 기온이 크게 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눈이 많이 내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하며 호텔 앞 설경을 즐긴다. 커피 한잔과 함께 창문 너머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설산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마치 산 전체가 반짝이는 보석 같다. 로비에는 벌써 스키 부츠를 신고 스키장으로 가는 셔틀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웅성거린다. 그들을 떠나보내고 로비에 비친 햇살이 아름다워 잠시 소파에 앉으니 호텔 직원이 스키장으로 나가보라 재촉한다. 스키복도 없다 하니 빌려서라도 한번쯤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망설임 끝에 이런 것이 여행의 매력일 거라 생각하며 카이세리 관광을 미루고 에르지예스 산의 겨울스포츠를 즐기기로 했다.

호텔에서 티켓 한 장을 건네준다. 모든 슬로프를 사용할 수 있는 패스다. 넓은 설산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도착한 슬로프 근처에는 터키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은 듯하다. 북반구의 계절은 봄이지만 이곳은 여전히 설국이다. 스키 센터에는 스키부츠를 신지 않고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가득하다. 슬로프 가까이 호텔들이 위치해 스키 즐기는 사람들과 단순히 풍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활기가 넘친다.

세계일보

세계일보

음악과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스키 센터. 스키부츠를 신지 않고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가득하다. 넓은 산에는 14개의 곤돌라와 리프트가 있고, 산의 다른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34개의 슬로프 길이는 총 102km에 달한다.


스키 센터에서는 행사가 있는지 음악과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스키가 오랜만인지라 장비 빌리기를 머뭇거리는데 난도에 따라 쉽게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하여 용기를 내어 부츠를 신었다. 이곳까지 와서 스키를 즐기지 않는다면 그것도 여행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컸다. 리프트가 산을 향해 오를수록 3916m 높이의 눈 덮인 에르지예스 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용암이 팽창한 거대한 높이의 화산 산은 굴뚝처럼 독특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산 아래 해발 2200m에 자리한 에르지예스 호텔들이 평지에 자리한 듯 내려다보인다.

조심스레 스키를 타고 내려온다. 슬로프를 타고 산기슭을 내려오니 바라보는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넓은 산에는 14개의 곤돌라와 리프트가 있고 산의 다른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34개의 슬로프 길이는 총 102㎞에 달한다. 예르지예스 산은 슬로프뿐만 아니라, 화산활동이 만들어낸 거대한 협곡과 계곡이 펼쳐지고 다양한 모양의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다. 또한 초기 기독교인들의 고난 시절을 지하도시도 산 밑으로 자리하고 있다.

세계일보

전통 터키식 요리. 슬로프 가까이 호텔들이 위치해 스키 즐기는 사람들과 단순히 풍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일보

세계일보

이슬람 문화권인 카이세리는 보수적인 도시라 술을 파는 곳은 거의 없지만 외국인이 많은 이곳 호텔에서는 주류를 찾을 수도 있다.


이슬람 문화권인 카이세리는 보수적인 도시라 술을 파는 곳은 거의 없지만 외국인이 많은 이곳 호텔에서는 주류도 보인다. 전통 터키식 요리로 점심을 마치고 또 다시 리프트로 향했다. 풍광에 취해 무리하게 스키를 즐겼는지 무릎이 아파오면서 슬로프를 내려와 호텔로 향했다. 저녁식사 까지 마치고 나니 무릎이 붓기 시작한다. 다음날 여행이 걱정스러워 병원을 찾았다.

세계일보

대학병원(Erciyes University Medical Faculty)의 응급실. 24 시간 연중 무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일보

마침 대학병원(Erciyes University Medical Faculty)의 응급실은 24시간 연중 무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호텔에서 일러준 대로 병원으로 향했다. 접수처에서는 터키인인지 시리아인인지 여러 차례 묻는다. 내게는 비슷한 모습이라 구별이 쉽지 않지만 카이세리에는 약 7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있다고 한다. 도시 전체 인구의 거의 5%가 현재 난민이고 의료보험체계가 달라 여러 차례 확인하는 듯했다. 검사를 진행하고 기다리며 병원 응급실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다행스럽게 큰 부상은 아니어서 압박붕대만을 감고 돌아올 수 있었다.

압박붕대의 불편함이 남았지만 스키 천국에서의 즐거웠던 하루가 저물어간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