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만 놓고 보면 올 들어 우리 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말 발표한 1월 산업 생산 동향에 따르면 생산과 소비가 전월 대비 각각 0.8%, 0.2% 늘었다. 설비투자도 전달에 비해 2.2% 증가했다. 2월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만 3000여명이 증가해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문제는 수치가 아니라 내용이다. 1월 생산·소비가 증가한 것은 명절 특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고, 설비투자는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취업자수 증가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60세 이상 취업자만 대폭 늘었을 뿐 가장 중요한 30~40대 취업자는 오히려 줄었다.
정부는 빛 좋은 개살구든 뭐든 우선은 성과로 내세우고 싶겠지만 실생활에서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 정서를 고려한다면 섣부른 낙관론과 긍정적인 전망은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내놓는 발언들을 보면 현 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우리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 경제는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도 최근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판단한 것과 달라 경제상황을 안이하게 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성과를 부풀릴 때가 아니라 현실을 냉정히 직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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