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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세상읽기] 보완 필요한 주식관련 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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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작년에 우리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총 320조원 정도 손실을 보았다. 그런데도 거래세로 8조원 정도를 냈다. 지난 8년간 주식투자자들은 이익이 거의 제로다. 그런데도 거의 60조원 정도를 거래세로 냈다.

다행히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거래세를 줄이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지난 몇 해의 손실과 상관없이 부과하게 돼 있는 주식 양도소득세도 손실을 이월 합산할 수 있도록 논의가 되는 모양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은 남아 있다.

우선 2021년 4월부터 대주주 기준이 3억원 보유로 내려간다. 직계존비속 보유액을 다 합한다. 액수 자체가 너무 낮다. 시가총액 1조원 기업 주식 3억원을 사면 지분이 0.03%다. 삼성전자 주식 3억원이면 0.0001%다. 대주주와 거리가 멀다. 지난 정부 때 만든 로드맵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이지만 손볼 시간은 남아 있다.

직계존비속 보유 주식을 합산하는 것도 문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무슨 주식을 사놓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혈연관계라도 세대를 분리하면 별개의 경제주체다. 사실상 대주주와 관계없는데 3억원 규정 때문에 서로 노출하도록 강제하게 된다.

의도는 이해가 된다. 대주주가 지분을 직계존비속에게 위장 분산해서 편법을 저지르는 것을 막고자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주주에 대한 정의를 타당하게 다시 해야 한다. 대주주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액수를 정해놓고 직계존비속을 다 합하라고 하고 있다. 3억원까지 낮추기로 한 것은 신중하게 결정한 것 같지 않으니 엄격하게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펀드가 대주주 적용을 받는 기준도 혼란스럽다. 공모펀드는 대주주 대상에서 제외되고 사모펀드는 포함된다. 법률에 따른 투자기구 구분 때문에 그렇다는데 사모펀드는 1억원 이상의 투자자 49인까지라는 제한이 있고, 공모펀드는 이 제한이 없는 것 빼고는 별다르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 사모펀드도 49인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하니 공모와 사모의 차이는 점점 작아지게 돼 있다.

이제 사모펀드는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보유 종목마다 가입자의 위탁 금액 비율대로 분할해서 계산해야 한다. 연말에는 3억원을 넘으면 대주주가 되고, 연중 하루라도 1%를 넘으면 대주주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모펀드의 모든 거래를 가입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가입자의 다른 보유 주식과 합산해 하루라도 1%를 넘는지 계산할 수 있다. 펀드들 중에는 알고리즘으로 거래를 하여 거래가 잦을 수도 있고 전략적으로 거래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떤 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가 100종목에 균등 배분을 했다면 한 종목 평균 2억원 정도 될 것이다. 최대 허용 인원인 49명의 고객으로 구성됐다면 종목당 한 사람의 평균 보유 지분은 고작 400만원 정도다. 사모펀드의 법정 최소한도인 1억원을 투자한 사람은 종목당 평균 100만원 정도 된다. 이런 소액까지 합산하기 위해 모든 거래내역을 고객에게 통보해야 할 판이다. 펀드 가입 고객은 주주총회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도 없는데 아무런 실익이 없는 대주주 계산이다.

공모펀드나 사모펀드는 모두 고객 계정에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들이 납입한 돈으로 만들어진 집합 계정에서 운용한다. 이를 종목·고객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매우 이상한 업무를 만들게 된다. 미국의 경우 금융소득 전체에 대해 수익과 손실을 합산하므로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업계의 어떤 분은 종목당 고객 보유 계산액이 일정 규모(예 5000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는 고객에게 통보할 필요가 없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그것도 한 방법이지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공모펀드처럼 제외하는 것이다.

대주주 3억원은 비상식적인 액수다. 직계존비속 합산 규정도 없애거나 확실한 대주주만 합산하도록 대주주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대주주 규정 차별도 없애야 한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옵투스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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