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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기고] 취업·경제난을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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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평등과 복지의 국가라고 알려진 뉴질랜드에서 급진화된 극우 인종주의적 총격범이 이슬람 사원 2곳을 공격해 벌인 백색테러로 50명이 목숨을 잃었다. '백색테러'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암살과 파괴 등을 일삼는 우익세력의 테러를 말한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백색테러에 대해 '전쟁이 아니라 병(病)이다. 적(敵)이 내 안에 있고, 사람들은 결국 자기 자신과 싸운다'며 백색테러는 사회적 갈등과 화합이 없으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게 펼쳐진 나라로 원주민인 마오리족과 이주민 등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고 어린이와 노인 등 전체 사회구성원에 대한 복지가 잘 갖춰져 있으며, 오랜 기간 정치영역에서 좌파와 우파가 균형을 이뤄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무슬림에 대한 이번 공격으로 뉴질랜드가 민주주의와 개방, 관용의 사회라는 이미지가 훼손됐다.

그래서 이번 테러범의 범행 동기는 많은 우려를 주고 있다. 그는 노르웨이의 극우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처럼 불멸의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기를 원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자신이 저지른 테러행위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이슬람 이주민을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탄불 성소피아의 이슬람사원 첨탑이 없어질 것이라고 언급해 이슬람 국가들을 자극했다. 이는 지구촌의 평화와 인권을 훼손하는 참으로 부끄럽고 위험한 야만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도 시리아, 이라크를 넘어 세계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향후 테러의 성격을 미리 가늠하고 대응하기 위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최근 들어 발생하는 주요 도시 테러는 세계 곳곳에서 불가측성, 다양화라는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한국 사회에서 평등과 복지의 가치가 타 인종, 타민족에게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첨예한 갈등과 논란은 자칫 우리 사회를 폭력적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은 제도적인 차원에서 이주민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리가 많이 신장되었다고 하지만 그간 여러 지표에서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이 실질적인 권리는 그보다 못한 상황이다. 사회문화적 이주민과 소수자에 대한 공공연한 비난과 혐오감의 표출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점점 강해지고 있다. 또한 사회적, 종교적 차이가 불합리한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차별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이들이 좌절감에 빠진다는 평가 역시 많다. 만약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취업·경제난 등의 원인을 이민자와 난민 등 외부적 요인에서 찾으려는 개개인의 성향이 축적된다면 우리 사회도 더욱 폭력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우리 사회도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차별적이고 오만한 '힘의 정의'는 우리 사회를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게 할 뿐이다. 이제는 사회가 공동으로 추구해나가고 지켜내고자 노력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합의해나가야 한다.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불평등한 구조에서 발생하고 있는 잠재된 갈등과 분노를 차단하고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에 발생한 뉴질랜드 테러는 우리에게도 인권과 평등, 다양성의 가치들이 성취되고 완성되지 못하면, 변화되는 환경에서 얼마든지 위험사회가 될 수 있음을 깨우치게 한다. 우리만은 '절대 안전하다'는 나 홀로 교만이 국민의 안전과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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