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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오신환·권은희 2명이 '선거법+공수처' 운명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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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논설위원이 간다]

공수처, 사개특위서 11명 지지 필요

찬성 9명 분류, 두 명이 캐스팅보트

바른미래 ‘기소권 없는 공수처’에

여권 난색…선거법도 난항 가능성

정국 뇌관 패스트트랙, 가능한지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20일 의원총회를 마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와 오신환 의원의 표정이 심각하다. 바른미래당은 공수처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문제를 놓고 내홍이 깊어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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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명운(命運)’을 걸라고 수사기관에 지시한 바로 다음 날.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여야 의원들이 이낙연 국무총리 및 각료들을 상대로 대정부질문(정치 분야)을 진행했다. 부산의 친문 직계인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 총리 사이에 이런 문답이 오갔다.

▶박재호=“김학의 사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이낙연=“명명백백하게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에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몇몇 개인을 살리려다 조직을 죽일 것이냐, 몇몇 개인에 응분의 책임을 묻더라도 조직의 신뢰를 살릴 것이냐. 양단간에 선택해야 할 것이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은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경찰이 2013년 7월 별장 성접대 현장에서 찍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임을 확인하면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2차례에 걸친 검찰 수사 결론은 모두 ‘무혐의’였다.

▶박재호=“우리나라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 (수사든 기소든)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면 된다. (검찰이) 자기들과 함께 일한 상사를 제대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을까.”

▶이낙연=“취약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재호=“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어서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막아야 한다는 견해에 동의하시나.”

▶이낙연=“동의한다.”

이에 박재호 의원은 “김학의 사건은 공수처를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 장자연 사건은 검경 수사권 분리와 권언유착을 막아달라는 명령, 버닝썬 사건은 수사기관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라는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뿐 아니라 대정부질문에 나선 여당 의원들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공수처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전해철)라거나 “공수처가 있었다면 김학의 사건은 없었을 것”(김종민)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문 대통령의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 및 진상조사 지시를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 조정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양상이다. 사실 공수처 신설은 노무현 정부 이래로 여권의 숙원이다. 문 대통령은 2011년 발간한 저서 『운명』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일”을 몇 가지 꼽았다. 그중 첫 번째가 바로 ‘공수처 설치 불발’이었다.

민주당이 지금 공수처를 선거법 개정안(선거제 개편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에 태우려는 것 자체가 여권이 얼마나 이 문제에 올인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게 되면 소관 상임위 심의(180일 이내)→법사위 회부(90일 이내)→본회의 부의(60일 이내) 과정을 거쳐 본회의에 안건을 자동 상정시킬 수 있다.

◆총선 손해 봐도 공수처는 한다?=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심상정)가 마련한 선거제 개편안은 민주당에겐 손해라는 말이 나온다. 개편안의 골자는 ▶지역구 의석 축소(225석), 비례대표 의석 확대(75석) ▶50%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배분 등이다. 심상정 위원장이 공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이 제도를 20대 총선에 적용할 경우 민주당은 의석이 17석(123→106), 한국당은 13석(122→109)은 줄어든다. 한국당 보다 민주당의 낙폭이 크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려고 한다. 우상호 의원은 “개혁 입법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선거법을 양보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선거제도가 바뀌어 내년 총선에서 다소 의석이 줄어들더라도 권력기관 개혁은 이참에 꼭 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안은 과연 패스트트랙에 올라탈 수 있을까. 심상정 위원장에게 전망을 물었더니 “바른미래당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어떻게 될지…”라고 말을 흐렸다. 실제로 상황은 썩 낙관적이지 않다.

패스트트랙을 위해선 ‘수(數)의 정치’가 필요하다. 보통의 의결정족수인 재적 과반이 아니라 전체 국회의원의 5분의 3(180명 이상)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에서 5분의 3 이상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바른미래·민평·정의당의 ‘패스트트랙 4자 연대’로 전체 의원의 180명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민주당(128명), 민평당(14명), 정의당(5명), 민중당(1명)에 친여 성향 무소속 의원(손혜원·손금주·이용호)을 합쳐야 151명이다. 바른미래당 29명 전원이 합세해야 꼭 180명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유승민·정병국·지상욱 의원 등 바른정당계 출신을 주축으로 한 10명 안팎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 180명에 10명 가까이 미달이다.

◆사개특위 돌파가 관건=그렇다면 안건의 소관위원회인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민)에서 각각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모두 위원 수는 각각 18명. 11명을 확보해야 60%(5분의 3)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선거구제 개편안이 걸려 있는 정개특위는 5분의 3을 넘기는 게 가능한 상황이다. 심상정 위원장에 박병석·김종민 의원 등 민주당 의원이 8명, 나머지 찬성파 의원(천정배·김동철·김성식)이 3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수처를 다루는 사개특위다. 18명 위원 중 패스트트랙에 확실한 찬성파가 9명(민주당 이상민·박범계 의원 등 8명+민평당 박지원 의원). 특위의 바른미래당 소속 오신환·권은희 의원이 합세해야 11명을 채울 수 있다. 이 중 오 의원은 바른정당 출신이지만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손학규·김관영 지도부와 유승민 의원 그룹 사이에서 등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오 의원이 유승민 의원 등과 스탠스를 같이한다면 사개특위에서 공수처법안 등을 의결할 정족수에 꼭 한명이 모자라게 된다. 오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해봤지만, 휴대폰을 착신 정지시켜놓은 상태였다. 사개특위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통화했다.



Q : 사개특위에서 공수처법안 등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이 가능한가.

A : “오신환 의원만 동의하면 된다.”




Q : 오 의원은 특위에서 어떤 입장을 보였나.

A : “세모(△)로 알고 있다.”




Q : 공수처법안이 안 돼도 선거제개편만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나.

A : “내가 답할 성질이 아닌 것 같다.”




Q : 오 의원이 패스트트랙 반대로 돌면, 다른 플랜이 있나.

A : “…뭐가 있겠나.”


박 의원과 통화하는 사이 바른미래당이 의원총회에서 공수처와 관련해 ▶수사권·기소권 분리 ▶공수처장 추천위에 5분의 3 이상 동의 규정을 두고 야당 추천 인사를 대거 포진하는 자체 안을 민주당에 요구하고, 거부당할 경우 패스트트랙 연대에서 이탈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사개특위에서 오신환·권은희 의원도 공수처 협상 결과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바른미래당 요구를 강하게 거부했다.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존재 의의가 없다”면서다. 난기류가 짙게 깔리고 있다.

공수처와 선거제 개편안은 패키지로 묶여있는, 공동운명체다. 공수처법안 등을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에 태우지 못한다면,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안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려 할지 의문이다. 사개특위에서의 2표(오신환·권은희)가 엄청난 나비효과를 발생케 할 수 있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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