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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사설] 안보·경제 게임체인저 될 밀리테크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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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는 어제 창간 53주년 기념 제28차 국민보고대회에서 '밀리테크4.0 : 기술패권시대 신성장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밀리테크4.0은 인공지능과 5세대(5G) 이동통신, 빅데이터, 드론, 바이오테크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첨단 군사기술을 일컫는다. 매일경제가 현시점에서 이 주제를 선정한 이유는 안보를 넘어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보고(寶庫)가 밀리테크4.0에 있기 때문이다. 안보와 경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밀리테크4.0'은 우리가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기술 패권 전쟁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군사과학이 기술 혁신과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인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철기혁명이 청동기 문명을 끝냈고, 화약을 발명한 중국은 아시아 패권국이 됐으며,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유럽은 세계를 지배했다. 철기가 '밀리테크1.0', 화약이 '밀리테크2.0', 전투기와 탱크가 '밀리테크3.0'의 결과물이라면 4차 산업혁명에서 탄생한 첨단 군사과학기술이 '밀리테크4.0'이다.

강대국들은 이미 밀리테크4.0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과 기술 패권을 다투는 중국은 2015년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를 창설해 사이버 정찰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남중국해에 인공지능 해양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맞서 미국도 2016년 사이버보안사령부를 창설했고 2020년 우주군을 출범하는 등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군사과학기술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 독일, 영국 등 다른 국가들도 밀리테크4.0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국가 역량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성과는 미흡한 편이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컴퓨팅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의 논문 수에서 미국과 독일, 일본은 물론 중국과 인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위산업 공장 가동률과 영업이익률은 제조업 평균을 밑돌고 매출과 수출도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방예산 약 43조원 중 밀리테크4.0에 대비한 연구개발에 들어간 금액은 2조9000억원으로 6.7%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들이 국방예산의 10%를 군사과학기술 개발에 쓰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러다가는 밀리테크4.0을 주도하기는커녕 주변국의 안보 위협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밀리테크4.0 선점은 안보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매일경제와 서울대 공대가 국민보고대회에서 제시한 10대 밀리테크4.0 기술은 민수와 군수의 경계가 없다. 군집 자율주행에는 인공지능 기술과 5G 네트워크, 스마트센서가 이용되고 사이버공격에는 퀀텀컴퓨팅과 보안 기술이 활용되는 식이다. 스마트폰에 적용된 핵심 기술은 대부분 미군에서 나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바이오테크와 5G 등 강점을 가진 기술이 적지 않다. 이를 잘 활용하면 뒤처진 밀리테크4.0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군과 기업이 역할을 분담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정부도 관련 예산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 인문학자인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미래에는 기술을 선점한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와 경제의 근간을 바꿀 밀리테크4.0 시대를 앞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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