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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사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촉발된 인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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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선정부터 조사 제대로 안 돼 / 피해주민 배상 서둘러 해결해야 / 신재생에너지정책 재검토할 때

세계일보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인근 지열(地熱)발전소에서 땅속으로 물을 주입하면서 촉발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1년간 연구 끝에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포항지진은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포항 지열발전소 가동 후 2년간 63차례나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사전 준비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열발전의 원리는 수㎞ 지하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4∼5㎞ 정도로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조사연구단은 “지열발전 가동 과정에서 5차례 고압의 물을 투입해 지층에 자극을 줬고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포항지진 직후 과학계에서는 진앙이 지열발전소와 불과 600m 떨어졌다는 점에서 “지하로 주입한 물이 지진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입지선정부터 연구와 조사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열발전은 신재생에너지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선 2010년 말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일대에서 정부 연구·개발(R&D) 실증사업으로 처음 시작됐다. 세계 여러 곳에서 지열발전소가 추진되고 있지만 지진을 유발하지 않는 기술을 갖춘 곳은 아직 없다고 한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지열발전 관련 연구개발을 중단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사용해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자연을 이용하는 친환경에너지라 하더라도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탈원전정책 대안을 신재생에너지에서 찾고 있는 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포항시민들은 “우리가 실험 대상이냐”며 들끓고 있다. 포항시는 지열발전소 가동 중단을 넘어 폐쇄와 원상복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열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87%를 차지하는 울릉도의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조성사업도 백지화됐다. 정부와 포항시는 지진 피해 주민들에 대한 배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말 많고 탈 많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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