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추진해 박근혜 정부 때 가동을 시작한 포항 지열발전소는 국내 최초의 지열발전소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인공저류 지열발전방식’을 택했다. 한국은 지열발전 건설기술 수준이 낮고 더구나 시범사업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위험요인에 대비해야 했다. 미국이나 스위스 등지에서 지열발전소가 땅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진을 일으킨 바 있다. 스위스에서는 발전소 건설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이런 경고를 무시했다. 시작 단계부터 주먹구구로 일관한 것이다. 정부조사연구단은 지진 발생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거론했다. 이는 발전소 건립 시 지질조사가 부실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5㎞ 깊이에 지하수 온도가 최고 180도에 이르는 등 화산지역이 아닌 곳으로는 지열발전의 최적지라고 했다. 지질구조상으로 안전하다는 언급은 없었다. 무슨 근거로 최적지로 뽑았는지 묻고 싶다.
안전불감증도 문제다. 박근혜 정부 때 대형사고의 전조증상이 발생했는데도 간과한 것이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4월 사이에 물을 넣은 직후 4차례에 걸쳐 규모 2.0~3.1의 지진이 발전소 인근 지역에서 발생했다. 그렇다면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원인 규명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귓등으로만 듣다가 포항지진 후에야 공사를 중단했다. “주민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열발전 사업을 중단하고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피해보상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자칫 원자력발전소 예찬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지열발전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과대선전한다. 견강부회일 뿐이다. 원전은 광범위한 지역에 장기간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일본이 아직도 후쿠시마 후유증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앞으로 할 일은 원전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신·재생에너지 방도를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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