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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공교육=구교육, 사교육=맞춤형 교육' 인식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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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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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듀테크 스타트업에게는 선배 기업으로부터 암묵적인 노하우가 전수된다. “공교육 두드려봐야 힘만 빠진다. 사교육을 공략하라”가 그것. 앞서 공교육 혁신을 꿈꾸며 창업한 기업이 굳게 닫힌 학교 문을 두드리다 돌아섰기 때문이다.

#2. “보안 강화로 학교에는 융합형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싶어도 아는 사람을 통해서만 갈 수 있다. 로비스트를 고용할 생각까지 들었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융합) 분야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다. 학교에 찾아가 프로그램을 소개하려 해도 문전박대 당한다는 것이다. 경비실에 소개자료만 전달하고 발걸음을 돌리기를 수차례. 그 사이 영어로 올렸던 SNS를 통해 해외 학교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3. 국내 기업이 개발한 맞춤형 수학 학습 솔루션은 미국 학교에서 인기를 끌었다. 해외에서는 공교육에서 적극적으로 써주는데 국내 학교에 공급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였다.

에듀테크 기업이 공교육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사교육 시장으로 발을 돌리고 있다. 10여년 전 이러닝 붐이 불기 시작할 때 학교 교육, 즉 공교육을 공략하기 위해 창업했던 기업뿐만이 아니다. 최근 창업하는 스타트업도 처음부터 사교육 업체를 찾는다.

사교육은 에듀테크를 등에 업고 맞춤형 서비스까지 무장해 공교육과 질적인 격차를 벌리고 있다. 에듀테크 업체는 정부의 규제, 학교 의사결정권자의 디지털에 대한 불신 등이 결합돼 일어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한 교육계 인사는 “공교육은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교육으로, 사교육은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눈높이에서 재미있는 교육으로 나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첨단 서비스로 대표되는 맞춤형 학습 분석 서비스는 사교육 업체가 2년 여 전부터 앞다퉈 도입했다. 스타트업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협업한 성과다.

천재교육은 회사 내에 '에듀테크 센터'를 구축해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이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사업 제휴를 통해 앞선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센터 입주 스타트업인 로지브라더스는 천재교육과 협업해 놀이하며 배우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 '코드모스'를 출시했다. 천재교육의 맞춤형 수학 서비스인 닥터매쓰는 클래스큐브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됐다.

가정용 스마트학습 프로그램 '아이스크림 홈런'을 만드는 아이스크림에듀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킨 AI 학습분석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정부도 학습분석 서비스를 위해 올해 관련 솔루션 개발을 시작한다. 하지만 연내 개발이 마무리돼도 2년 이상 격차가 생긴다. 계획보다 1년 늦춰진 탓이다. 학교에서는 무선인터넷조차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곳이 많다. 2017년부터 정부가 디지털교과서 사업 일환으로 전국 모든 초중학교에 4개 교실이라도 와이파이를 구축 중이지만 여전히 무선인터넷에 부정적인 학교가 많다. 한 네트워크 기업은 “학교를 방문해 네트워크 상황을 보니 스위치 3개를 놓고 모든 업무를 다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콘텐츠 자체를 가동하는 게 힘들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규제도 여전하다. 학생을 가르치면서 수집한 자료와 제작한 영상을 공유 사이트에 올리고 싶어도 교사 겸직 금지 제한이 발목을 잡는다. 교사는 융합형 수업을 위해 교구와 자재를 구입하고 싶어도 그에 대한 행정처리 부담 때문에 관심을 끊는다. 교육부는 이 같은 학교 상황에 대해 학교 자치의 영역이라면서 손을 놓은 상태다.

임재환 에듀테크협회장은 “사교육업체가 맞춤형 교육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에듀테크를 도입하다 보니 스타트업이 사교육업체를 통해 활로를 찾는다”면서 “에듀테크로 인해 공교육과 사교육 격차가 더 커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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