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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42>드론산업이 주는 교훈 따져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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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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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본 칼럼에서 혁신 거버넌스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런 주장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 가운데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근무하는 한 전문가의 블로그가 눈에 들어온다. 이 칼럼이 주목하는 것은 드론이란 다소 생소한 산업이다.

얘기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즈음 우리 한 출연연은 세계 두 번째로 이른바 틸트로터형 무인항공기를 개발, 시험 비행에 성공한다. 이륙이나 착륙할 때는 프로펠러를 세워서 하고 일단 이륙하면 보통 프로펠러 비행기처럼 프로펠러를 수평으로 돌려서 운항하는, 분명 나름의 첨단 기술인 듯했다.

그러나 당혹스러운 것은 그 시기에 세계 수준으로 인정받은 우리 무인기 기술이 정작 산업화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이야기다. 산불 현장, 교통 현황 모니터, 태풍 관측용으로는 물론 군사용 등 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상 산업이 되는 과정은 기술 개발만큼이나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금은 당혹스런 결과에 대해 블로거는 그 원인을 대략 두 곳에서 찾고 있다. 하나는 수요 기반으로 혁신을 유인하는 단계별 전략이 없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부가 다양한 연구개발(R&D) 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국가 혁신 전략을 닮은 난맥상에 보였다고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빌린다면 우선 여러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R&D 사업이 발주됐지만 발주 기관이 제각각이었고, 드론 산업의 절대 규모를 만들지는 못했다. 정부의 공공 구매도 선정되기 위한 경쟁만 야기했을 뿐 우리 기업에 기술 개발을 준비하고 유도하는 전략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기초과학과 장기 투자를 통한 축적 시간과 기술 선도성이 중요하다고는 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 이면에 시장 수용성이 나라마다 다른 산업 생태계의 배경이 고려됐어야 한다는 지적을 출연연 연구자의 목소리로 듣는다는 것은 조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드론 산업의 태동기와 현재를 보며 우리 정책의 한계를 말하는 이 블로그는 시각에 따라 긍정할 수도 있거나 정부나 정책 역할에는 한계가 있지 않으냐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드론 산업 초기에 대륙의 실수로 치부된 한 중국 기업이 지금 꾸준히 글로벌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고, 그곳이 3000여 R&D 인력으로 고가형 드론 시장마저 굳건히 조성돼 있다는 현실만큼은 우리 R&D 정책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성적표라 할 수 있다.

투자 전략, 경쟁 전략, 기술 중심 지원 한계와 같이 문제점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미래 기술 전망, R&D 사업 기획, 선도 기술 창출 등만큼은 분명한 목표다. 이에 맞춰 민간 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공공 구매나 심지어 규제 등을 통해 분명한 수요로 투자와 시장을 공고히 하는 데는 왠지 서툴렀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적어도 4차 산업혁명 산업이라고 부르는 산업에서 만큼은 그렇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 중국 기업의 부상을 보고 우리 정부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지금 격차는 더 벌어졌다고 말하는 한 전문가의 자평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겠다.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갑작스레 떠오른 어느 산업 얘기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 면면을 따지다 보면 기술로는 앞섰지만 정작 산업화에서는 뒤처지는 우리 혁신 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투영하고 있다. 드론 산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더 늦기 전에 한번 따져봐야 한다. 만약 우리가 간과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앞으로 재삼 반복할 수야 없지 않겠는가. 지금 당장의 위로는 중요하지 않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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