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출근길에 노랑 병아리 색 유치원 차에 타는 어린이들을 보자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그야말로 병아리 떼가 연상되면서 ‘오밀조밀’, ‘아기자기’ 등과 같은 말들이 떠오른다. 어린이들을 환한 웃음으로 맞아 오밀조밀하게 돌봄으로써 아기자기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 놓고 하루를 지낼 수 있게 한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복지 사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잘 돌보지 못하여 어린이가 상처를 받고 불편을 겪는다면 그런 사회야말로 가장 불행한 사회일 것이다.
오밀조밀은 ‘奧密稠密’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깊을 오(奧)’, ‘빽빽할 밀(密)’ ‘빽빽할 조(稠)’라고 훈독한다. 세 글자 다 깊고, 그윽하고, 섬세하고, 자세하고, 꼼꼼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아이들을 오밀조밀하게 돌본다는 것은 바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섬세하게 돌본다는 뜻인 것이다. ‘아기자기’는 사전에 한자말이 아닌 것으로 풀이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아기자기’라는 말의 어원이 혹 ‘雅氣慈氣’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맑을 아(雅)’, ‘기운 기(氣)’, ‘사랑할 자(慈)’를 쓰면 ‘맑고 자애로운 분위기’ 즉 오늘날 사용하는 ‘아기자기’라는 말이 가진 “여러 가지가 오밀조밀 어울려 예쁜 모양 혹은 분위기”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겠기에 한 번 해본 생각이다.
봄빛이 짙어지고 있다. 짙어지는 봄처럼 아이들도 성장한다. 성장하는 어린이들이 奧密稠密한 돌봄 속에서 날마다 雅氣慈氣한 생활을 할 수 있기를 축원한다. 어른으로 인해 어린이가 다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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