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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물 들어온다" 이어 "경제 견실한 흐름", 엉뚱한 발언 몇 번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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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 들어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국가 경제는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서민 경제가 휘청거리고 제대로 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데 대통령은 "경제가 개선됐다"고 한다. 작년 "(주요 업종 경기에) 물 들어온다"고 했던 것과 판박이다.

대통령은 2월 취업자 26만명 증가, 생산·소비·투자 증가, 경제 심리 지표 개선 등의 예를 들었다. 각종 지표를 잘못 해석한 통계 오독(誤讀)에 가깝다. 올 1월 생산과 소비가 1년 전보다 각각 0.6%, 4.0%씩 늘었지만 국책 연구소인 KDI는 이를 "설 명절 효과"라고 분석했다. 일시적 효과일 뿐이란 것이다. 심지어 1월 설비투자는 1년 전 대비 16%의 큰 폭 감소를 기록했다. 거시 경제의 3대 중심 지표인 생산·소비·투자가 실질적으로는 다 부진했다.

2월 취업자가 26만명 증가한 것 역시 세금 뿌려 억지로 만든 노인들의 단기 알바 일자리가 40만이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30~40대 취업자는 24만명 줄었고, 체감 실업률은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26만 증가는 국민 눈을 속이는 분식 회계나 다를 게 없다. 실상이 이런데 대통령은 '견실한 흐름'이라고 한다.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7%에서 올해 2.1%로 급락해 주요 20국(G20) 중 최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 연례 협의단은 "한국의 경제성장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의 주력 엔진인 수출은 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고 주력 제조업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기(景氣) 흐름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선행지수는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8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소득 주도 성장 실패로 빈곤층 근로소득이 37%나 격감해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자영업 경기와 서민 경제는 외환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정책 실패로 문제가 터지는 곳마다 세금으로 땜질해 올해 국세(國稅) 감면율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 권고 한도를 넘어서게 됐다. 재정 악화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무엇이 '견실한 흐름'인가.

문 대통령이 현실과 괴리된 경제 인식을 보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90%가 긍정적"이라거나 "(제조업이 회복되고 있으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경제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으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정치적 이유에 따른 의도된 낙관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현실 인식이 잘못됐는데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는 없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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