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시론] 왜곡과 불신 초래한 보 졸속 해체 발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판단 위한 모니터링 기간 짧아

경제성 평가 결과에 의문 들어

중앙일보

이창희 한국물환경학회장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달 금강과 영산강 5개 보(洑)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세종보·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승촌보 상시 개방이 핵심 내용이었다.

이는 오랫동안 공허한 구호에만 그쳤던 ‘실개천에서 하구까지’와 ‘블루 네트워크 조성’ 등과 같은 환경부의 물환경 정책을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용·개발 위주의 관성을 극복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제기됐던 논란의 재연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 처리방안이 확정되기 이전에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보 해체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자료의 보완이 필요하다. 보 개방 전후 수질 및 수생태계 변화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보 개방 이외의 강우 조건 및 오염부하량 등 외부조건이 유사하거나 모델 또는 통계적 기법을 통해 외부조건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는 충분한 모니터링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왜냐하면 수질 변화가 보 개방 때문인지, 외부요인 때문인지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종보의 경우 완전 개방 조건에서 모니터링 기간이 392일로 1년이 조금 넘을 뿐 나머지 보는 1년 미만이다. 특히 해체 대상인 죽산보의 경우에도 112일에 그친다. 그래서 경제성 평가의 기본모형에서는 보 개방 이후 자료가 아닌 보 건설 이전의 자료에 근거하는 편법을 사용했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보 건설 이후 담수 기간에 상응하는 4~6년의 모니터링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보 해체 여부의 결정적인 기준인 경제성 평가결과의 신뢰성 문제다. 제한된 자료에 근거한 경제성 평가는 불가피하게 많은 가정과 자료의 취사선택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특히 보에 따라 편익의 5~89%를 차지하는 수질 및 생태 개선 효과는 보 해체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요인이므로 더욱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수질 개선의 가치를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녹조(조류, chl-a), 영양염류(질소·인), 부유물 농도 등을 포함하는 종합지표가 아닌 COD 단일지표에 근거해 추정한 것은 수질 개선의 효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수질 개선의 편익이 -286억원(백제보)에서 +1019억원(죽산보)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단일지표의 사용에 따른 왜곡 가능성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다.

셋째, 모든 분석을 보별로 진행함에 따라 통합적·중장기적 관점에서 보의 환경적 가치가 고려되지 않았다. 경제성 평가에 의해 해체가 결정된 죽산보는 향후 영산강 하굿둑 해수 유통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대체시설로 사용할 수 있다.

중간에 설치된 보는 상류에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물길을 차단해 하류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능도 가질 수 있다. 또한 극심한 가뭄 때에는 적어도 본류 구간의 수생태계 보전을 위해 최소한의 유량을 유지할 수 있는 시설로서 역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지적들이 4대강 재자연화 정책 방향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고 싶다.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한된 자료에 근거한 해석에 따라 너무 성급하게 불가역적인 보 해체 문제를 결정하지 않으면 한다.

보 해체는 현 상태에서 경제성 논리와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의 필요성과 상·하류 통합적 측면에서 보의 기능과 역할을 추가로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완전하지는 않지만 당분간 필요에 따라 상시개방이나 탄력운영 또는 관리수위 유지 등 다양한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이창희 한국물환경학회장·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