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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사설] 만드는 의원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는 선거제도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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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룰은 단순할수록 좋다. 선거제도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이해 불가능할 난해한 제도는 결코 좋은 제도가 아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합의해 마련한 선거제도 개편안을 놓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나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평했다. 정치 몇단이라는 박 의원조차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개편안은 복잡하다. 개편안대로라면 지금처럼 ‘지역구 당선자 수+정당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배분’형식이 아니라 ‘50%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A당이 정당투표에서 30%를 득표했을 때 A당은 300석 가운데 90석(지역구+비례대표)을 얻는 것이 100% 연동형이다. A당이 지역구에서 30석을 얻었다면 비례대표는 75석 중 60석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50% 연동형인만큼 A당은 60석이 아닌 30석을 일단 배정받는다. 같은 방식으로 B 당, C당에 50% 연동형 배분을 마치면 비례대표 75석 중 잔여의석이 발생한다. 잔여의석은 다시 지금처럼 정당득표율대로 나눈다. 결국 A당의 총 의석은 ‘지역구 20석+50% 연동형비례 30석+α(정당득표율에 따른 추가배분의석)’가 된다.

비례대표 당선자는 ‘권역별’로 배출해야 한다. A당의 경우 ‘30석+α’인 비례대표 의석을 서울, 인천·경기, 호남·제주, 대구·경북, 부산·경남, 충청·강원 권역의 정당득표율에 맞게 나눠야한다는 의미다. 대략만 서술해도 이처럼 설명이 복잡해지는데, 지금 여야 4당은 박지원 의원조차 이해가 어려운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려고 한다. 개편안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찬성표를 던지는 코미디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소통 외엔 길이 없다. 권역별 제도로 지역주의가 다소라도 완화할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정당득표율을 지역구 의석과 연계시키는 연동형 제도의 도입으로 부족한 ‘비례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평가할 만은 하다. 그렇다면 설명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도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비례대표 배정방식에 대해 “국민은 산식(算式)이 필요 없다. 컴퓨터를 할 때 치는 방법만 알면 되지 그 안에 부품이 어떤 건지 다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매우 무지하며 부적절한 발언이다. 국민을 이해시키는 과정을 포기하고 헌법 보다 바꾸기 어렵다는 선거법 개정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는 위원장 자격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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