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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범인이 휴대전화로 ‘엄마 행세’…이희진 동생에게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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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부친과 주식투자 갈등

동생 차 판 돈 5억 들고온 부모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 살해

‘경호인력 모집’ 가장해 동포 고용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는 이희진(33·수감)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34)씨가 과거 요트임대사업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아버지(62)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씨(아버지)가 주식투자를 권유해 투자했는데 이 돈을 모두 잃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씨는 숨진 이씨의 어머니 황모(58)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모친 행세를 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씨의 막내 동생을 유인하려는 일부 정황도 나와 추가 범행을 모의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피의자 김씨는 과거 수년간 미국에서 요트판매대행 사업체를 운영했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해 귀국한 뒤엔 마땅한 직업을 갖지 못했다. 이후 미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요트 임대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김씨와 아버지 이씨가 직접 만난 것은 지난해 2월쯤이다. 이 무렵 아버지 이씨는 투자금을 원하던 김씨에게 “갖고 있는 자본금 2000만원으로는 사업이 어렵다”며 오히려 주식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자 성과는 여의치 않았고 김씨는 이씨를 몇 번 찾아가 “돈을 돌려달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경찰은 원한에 의한 계획 범죄에서 재산을 노린 강도살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김씨가 이씨 부부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25일 이후 한동안 이씨의 어머니 행세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씨는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고, 카카오톡 메시지만 사용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이씨의 막내 동생이 집으로 찾아갔을 때는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꿔놓기도 했다. 당시 김씨는 이씨의 막내 동생에게 ‘OOO을 만나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모처로 유인하려는 것으로 의심되는 행동도 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것처럼 느낀 이씨의 막내 동생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김씨의 범행 준비 과정도 일부 밝혀졌다. 그는 지난달 초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경호인력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구인 사이트에서 모집한 중국동포 3명과 지난달 18일 부천시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 중국동포는 서울과 인천, 경상도 등에서 거주하며 중국을 오갔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국내에서 가정을 꾸린 이도 있었다. 김씨는 이들과 모두 3차례 만났고 세 번째가 범행일이었다.

한편 범행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이씨의 막내 동생은 성남시 판교에 있는 자동차매매센터에서 슈퍼카인 ‘부가티 베이런’ 차량을 15억원에 판 것으로 조사됐다. 차를 판 돈 10억원은 자신의 계좌로 받고 나머지 5억원은 현금으로 받아 보스턴 백에 담은 뒤 부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씨 부모는 이 돈을 갖고 귀가했지만, 두 사람을 기다린 것은 김씨 일당이었다.

차를 판 이씨의 막내동생은 경찰에서 “내가 대표로 있는 법인(A파트너스) 소유의 차량이라 팔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씨 부부에게서 훔친 돈 일부는 공범들이 가져가고 일부는 내가 썼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지난 17일 김씨를 긴급체포했을 당시 그의 수중엔 1800만원만 남아 있었다.

안양=최모란·김민욱 기자, 김기정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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