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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기자24시] 대기업이 `한국형 후츠파`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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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내 대기업을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구조가 수명을 다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대기업들이 지원하고 있는 청년창업 프로그램에 가봤다면 생각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롯데액셀러레이터 엘캠프, KT&G 상상 스타트업 캠프, CJ 프로덕트 101 챌린지, GS홈쇼핑 소셜임팩트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청년창업 사관학교들이다. 매일경제 기자들은 '청년이 미래다' 기획을 통해 청년창업을 다루면서 대기업이 지원하는 청년창업 프로그램들을 살펴봤다. 이곳에서 예비 청년 창업자들은 기성세대들은 이해하지 못할 '뻔뻔함'을 배우고 있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 도전할 수 있는 그 '뻔뻔함'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뻔뻔함'을 강조한 이스라엘의 도전정신 후츠파(chutzpah)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쳐다보라는 말은 식상하다. 오히려 한국의 산업구조에 맞는 '한국형 후츠파'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한국에는 이스라엘보다 뛰어난 '대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과 청년창업의 연계는 '한국형 후츠파'의 열쇠고리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청년창업 사관학교들에는 일반 청년창업 프로그램과 달리 기존 대기업의 유통·마케팅 역량을 활용하고자 하는 예비 청년 창업가들이 몰렸다. 또 기존 대기업이 확보한 시장이나 플랫폼을 통해 기술이나 서비스를 활용할 기회가 주어지는 게 특징이다. 일례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 기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를 키우고 단계별 투자도 가능하며 롯데의 기존 유통망을 통해 바로 소비자에게 다가설 수 있다. 대기업 역시 청년 스타트업의 혁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청년창업은 성공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창업의 목적은 성공이 아니고 경험"이라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무분별한 청년창업과 지원은 고스란히 사회적 비용으로 남는다. 대기업들이 지원하는 청년창업 사관학교들은 대기업과 청년 세대가 함께 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대기업은 없어져야 할 '적폐'가 아니라 이용해야 할 '자산'이다.

[유통경제부 = 김기정 기자 kijung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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