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5 (토)

[독자칼럼] `기업가정신의 수도` 진주를 다녀와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얼마 전 기업가정신의 수도라고 하는 진주시를 다녀왔다. 이 도시는 지난해 7월 한국경영학회가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의 수도로 선포한 이후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왜 하고많은 도시를 두고 진주시가 기업가정신의 수도라고 하는가. 한국경영학회에 의하면 LG, GS, 삼성, 효성 등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창업주를 배출한 이곳이야말로 기업가정신을 함양한 으뜸도시라는 것이다. 특히 이병철 회장, 구인회 회장, 허창수 회장, 조홍제 회장 모두가 지수초등학교를 다닌 바 있어, 지수면 일대는 기업가정신을 창달하는 요람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주시는 이처럼 소중한 자산을 바탕으로 작년부터 적극적인 브랜딩 정책을 펼쳐 오고 있다. 전국의 경영학자들을 올해도 초청해 기업가정신 수도의 청사진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청년기업가들을 키워 내는 산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당찬 계획도 보여 주었다.

대기업 창업주들의 모교인 지수초등학교를 안내해 가보았더니 동창회 임원들이 나서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본관 앞에 창업주들이 심은 부자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이어서 지수면장을 비롯한 마을 유지들은 우리들을 창업주들의 생가가 있는 승산마을로 안내해 '부자 기(氣)받기 팸투어'를 해 주었다. 이날 진주시와 진주상공회의소는 전국에서 찾아온 경영학자들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 곧장 시내 호텔로 데려가 두 시간 동안 열띤 세미나 자리를 마련해 고견을 듣고자 했다.

우리는 먼저 기업가정신에 대한 이해와 우리나라 교육 현황, 과제를 살펴본 다음,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수도 구축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 대한민국 기업가역사관 건립, 기업가정신교육 사관학교 설립 등 그야말로 야심 찬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서부경남지역 유학의 중심에 섰던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이 국난 극복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음을 감안해 여기서 기업가정신의 뿌리를 찾고 있음은 눈여겨볼 만했다. 한국이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후 반세기 만에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도전적인 1세대 기업가정신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거대한 기업가정신 수도 프로젝트가 성공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게만 보였다. 그렇지만 이날 학계와 산업계, 시민, 그리고 행정기관이 유기적인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진주가 기업가정신의 수도가 되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박성수 한국경영사학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